"이승만의 아집, 박정희의 독선, 전두환의 폭력성, 이명박의 교활성, 박근혜의 무지. 이런 역대 대통령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이어받은 것 같아요."
우리 근현대사의 인물을 깊이 있게 탐구해왔던 노학자는 단호했다.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 평전 50여 권을 펴낸 '평전의 대가' '인물 연구의 대가'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신흥무관학교 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의 말이다. 김 전 관장은 "윤석열이라는 '괴물'은 현대사의 쓰레기"이고, "세계사적으로도 보기 드문 빈 깡통"이라고 혹평했다.
지난 21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김 전 관장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이기도 한 그를 만났다. 김 전 관장은 최근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삶과 사상, 열정과 고뇌를 담은 첫 실록 소설 <네 칼이 센가, 내 칼이 센가>(달빛서가 출판)를 펴낸 뒤에도 '광복 80주년 명문80선'을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책의 숲] 장서 3만5000여권, 가혹할 정도의 독서와 집필 노동
김 전 관장의 자택은 작은 도서관이다. 아파트 현관문을 들어서면서부터 천정까지 닿은 책장을 빼곡하게 채운 책에 압도된다. 장서가 무려 3만 5000여권. 웬만한 동네 도서관보다 많다. 4개의 방과 거실 벽면의 책장에 가득한 책들. 부엌과 화장실을 빼고는 온통 책이다. 거실 바닥에도 수천 권의 책들이 수북하다. 아파트 바닥이 무너질지도 몰라서 무게를 분산하기 위한 비상 조치였다.
그의 집필실은 책으로 둘러싸인 소파 위 두세 뼘 남짓 되는 자리이다. 한 사람이 간신히 앉을만한 공간이다. 책상은 따로 없다. 그의 오른손 중지와 검지에 박힌 굳은살은 책 더미 위에 원고지를 올려놓고 볼펜으로 꾹꾹 눌러 한자씩 채워 넣는 노동의 흔적이다. 이 원고를 1차 교열해서 컴퓨터에 입력하는 작업은 딸의 몫이다.
82세. 하던 일을 정리하고 그간 살아온 삶과 학문을 조용히 관조하는 인생의 황혼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허리께까지 차오른 책 더미 사이로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책의 숲엔 작은 오솔길도 나 있다. 독재정권 시절의 고문 후유증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에 몇 번씩 이 오솔길을 오가며 8시간씩 앉아서 독서를 하고 집필을 한다.
포털사이트에 이름을 검색하면 170여권의 저서가 따라붙는다. 오마이뉴스에 '김삼웅의 인물열전'을 연재하기 시작한 2008년부터 17년째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써왔다. 이게 가능했던 건 방대한 독서량과 가혹할 정도로 왕성한 집필 노동 때문이다. 남한강이 바라보이는 거실 통유리창을 배경으로 안경을 쓴 채 고즈넉하게 집필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책 속에 파묻힌 그 자체가 근현대사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물탐구① : '괴물' 윤석열] "빈 깡통뿐인 형이하학적 잡배"
김 전 관장과 마주앉아 지난 1월 9일부터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는 '광복 80주년 명문 80선'(https://omn.kr/2bswf)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이 연재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김 전 관장은 "우리나라가 일제의 잔혹한 식민 통치로부터 해방, 광복된 지 80주년이 되었다"면서 그 취지를 이같이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