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은 서식처를 바탕으로 하는 현장 과학이다. '생물종이 왜 그곳에 존재(분포)하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공원에 심긴 사철나무와 해안 절벽에 자생(야생)하는 사철나무의 생태적 의미 곧 생명의 본질이 전혀 다르다. 결국 생태학은 서식처 개념으로부터 그 시작과 끝을 갈무리한다."
"2000만 년 전 동해안 해식 절벽은 향나무의 '숨은서식처'였고, 남해안 리아스식 절벽은 분재 식물의 우듬지 산서어나무(소사나무)의 무대였으며, 서해안 모래 해변은 애기갯보리(갯그렁), 갯벌은 칠면초의 고향이었다. 그뿐인가.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일컫는 화산섬 울릉도와 독도는 섬괴불나무, 갯제비쑥, 왕호장근 따위를 품었고, 제주도는 한반도로 들어오는 남방분자들의 징검다리였다. 남방석기인은 해안 모래땅에서 갯무를 얻고, 검은 용암지대에 사는 갯대추와 황근을 만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