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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기 땅에 뿌리내린 경이로운 소우주, 해안식물 탐사 여행
2025-01-30 16:24:58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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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은 서식처를 바탕으로 하는 현장 과학이다. '생물종이 왜 그곳에 존재(분포)하는가?'라는 원초적 질문에 답을 구하는 학문이다. 공원에 심긴 사철나무와 해안 절벽에 자생(야생)하는 사철나무의 생태적 의미 곧 생명의 본질이 전혀 다르다. 결국 생태학은 서식처 개념으로부터 그 시작과 끝을 갈무리한다."

야생 동식물과 같은 생물의 종 보전을 위해서는 그 종 자체보다는 그 생물의 서식처가 보전되어야 함이 마땅하고 더 중요할 것이다. 그래야 지속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환경운동에 있어서 서식처 개념을 중심으로 삼는 생태학이 더욱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것은 동식물을 넘어, 우리 인간의 생존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기에.

소금기의 거친 삶터, 바닷가에서 살아남은 식물들

식물사회로부터 인문 지리와 철학, 역사 같은 인간사를 읽어내는 생태학자로서 일찍이 그 서식처에 주목하고 국내에 '숨은서식처'(cryptic habitat) 개념(멸종위기종 같은 희귀 생물종들의 마지막 최후의 보루로서의 서석처)을 널리 소개한 김종원 박사(전 계명대 교수)가 최근(1월 15일 초판 발행) 그의 필생의 역자 시리즈인 <학국식물생태보감> 3권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의 말대로 "2권(풀밭에 사는 식물)이 나온 지 7년 만이고, 1권(주변에서 만나는 식물)이 나온 지 10년 만에" 3권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3권은 '한국 자연사와 문명사를 전하는 소금기 해안식물사회'를 들여다보는 '바닷가식물' 편이다. 제1부 해안 모바위-절벽 서식처와 제2부 해안사구 서식처 그리고 마지막 제3부 해안습지 서식처에서 살아가는 해안식물들을 다루었다.


소금기 많은 바닷가에는 식물이 살 수 없을 것 같지만 그곳에서도 식물이 살아간다. 소금은 필수 영양물질이지만 식물에게는 독이다. 땅에 뿌리박고 사는 식물은 소금으로 인한 삼투현상으로 수분을 쉽게 빼앗겨 말라 죽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금기를 참고 살아내야(내염성(耐鹽性)) 바닷가에서도 잘 생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바닷가라는 소금기 많고 거칠고, 녹록지 않은 삶터에서도 다양한 식물들이 살아가는데 이 책에서는 해안절벽에서 44종류, 모래언덕에서 32종류, 염습지에서 28종류를 뽑아 해안식물 104종류를 소개한다.

그 해안식물 104종류에 관한 정보는 형태분류, 생태분류, 이름사전으로 나눠 간추렸고, 이 책만의 독특한 특징인 '에코노트'에서는 관련 내용을 형태학, 생태학, 지리학, 인문학, 역사학 등의 정말 다양한 관점에서 더욱 충실하게 전개해간다. 그 안에는 식물사회의 스토리텔링도 들어 있다.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이유다.

그는 책 머리말에서 "앞선 2권 '풀밭에서 사는 식물' 편에서는 한국인의 나물문화 시원을 드러냈다"면 이번 3권 "바닷가 식물에서는 흥미롭게도 우리 문명사 연원을 더듬게 되었다"면서 "우리나라 해안식물의 현주소는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의 문명 축 전환을 낳은 빙하기의 극성과 소멸이라는 자연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며 빙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한반도 해안식물의 그 시원과 현주소를 짚어준다.

그야말로 방대한 작업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말한다.

"2000만 년 전 동해안 해식 절벽은 향나무의 '숨은서식처'였고, 남해안 리아스식 절벽은 분재 식물의 우듬지 산서어나무(소사나무)의 무대였으며, 서해안 모래 해변은 애기갯보리(갯그렁), 갯벌은 칠면초의 고향이었다. 그뿐인가.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일컫는 화산섬 울릉도와 독도는 섬괴불나무, 갯제비쑥, 왕호장근 따위를 품었고, 제주도는 한반도로 들어오는 남방분자들의 징검다리였다. 남방석기인은 해안 모래땅에서 갯무를 얻고, 검은 용암지대에 사는 갯대추와 황근을 만났을 것이다."

그는 이러한 방대한 문헌 조사와 현지 조사를 통해서 이 책에서 메마른 해안절벽에서 나고 죽는 향나무부터 은빛 모래언덕을 수놓는 해당화, 민물 터에서 소금기가 비치는 물터로 재진출한 바다말까지 다양한 해안 환경에서 살아가는 식물들을 선정해 심층 분석해 내놓은 것이다.

분류에 도움이 되는 형태 형질,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수단인 생태 정보도 면밀하게 정리했으며, 한반도 해안식물이 품은 자연사와 문화사도 소상하게 다뤘다. 1, 2권에 이어 한방명, 중국명, 일본명, 영어명 등 다양한 명칭 유례 분석을 통해서 한글명의 기원과 우리 식물의 고유 이름을 추적하는 데에도 한결같이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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