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나에게는 기분 좋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좋은 것을 경험하고, 그것을 함께 경험하는 길로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내와 나는 대부분의 드라마를 같이 보지만, 또 따로 보는 영역도 가지고 있다. 그럴 때, 서로 먼저 정주행을 끝낸 작품을 추천해줘서 함께 본다.
그렇게 보게 되면 한 사람이 먼저 내용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이드해 주면서 대화를 하게 되는데, 마치 유튜브로 드라마 리뷰를 보는 것만큼 재미있다. 최근에 이런 식으로 아내가 가이드해 줘서 본 <이번 생은 처음이라서>와 <환혼>은 훌륭했다.
음식도 자연스럽게 이런 맥락에 합류한다. 서로 먼저 가본 맛집에 손을 꼭 잡고 가서 나란히 앉아 추천 메뉴를 먹는다. 음식이 나오고, 한입을 먹고, "어때, 맛있지?" 하며 눈을 마주치는 순간이란, 음식보다 더 꿀맛이다.
아마 이런 영역에서 가장 큰 것은 여행일 것이다. 재작년에는 가족여행으로 다녀온 코타키나발루를 이번엔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모시고 떠났다. 우리가 걸었던 길을, 봤던 풍경을, 먹었던 음식을, 그곳의 공기와 분위기를 고스란히 재현해드렸다. 행복해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며 우리 가족끼리만 갔던 때보다 증폭된 행복의 결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