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돌연 석방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정부 고위층을 향한 경찰의 내란 수사도 사실상 멈춰 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영장심의위원회까지 거쳐 정당성을 얻은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구속영장을 엿새째 재신청하지 않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박성재 법무부 장관·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도 2~3개월 넘게 진척이 없는 상태다. 경찰이 윤 대통령 파면 여부를 살피며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간 경찰 쪽에선 '윗선' 수사가 안 되는 이유로 경호처의 방해를 들어왔다. 경호처가 공무상 비밀을 내세우며 대통령실과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경호처 비화폰 서버 등에 대한 수사를 번번이 막아 윗선 수사를 더 하고 싶어도 못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호처의 강경 대응 중심에 김 차장이 있다고 봐왔다. 경찰이 김 차장 구속영장에 두 달 가까이 공을 들인 까닭이다.
하지만 경찰은 정작 지난 6일 김 차장 구속영장을 세 번 모두 기각한 검찰의 판단이 부적정하다는 서울고등검찰청 영장심의위 결론을 받아놓고도 아직까지 김 차장 구속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경찰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 의혹을 받는 이 전 장관에 대해서도 지난해 12월 조사를 한 후 2월에야 압수수색을 진행했을 뿐, 이렇다 할 추가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이 장관과 함께 12.3 비상계엄 다음날 안가에 모여 법률 검토를 한 의혹을 받는 박 장관과 김 수석에 대해서도 각각 지난해 12월과 1월 조사를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