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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갑자기 기계로 대체된 단골 식당에서
2025-03-17 08:16:26
김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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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잖게 놀랐다. 아니, 너무 갑작스러웠다고 할까. 자주 들렀던 한 식당. 어느 날 갑자기 메뉴판 대신 키오스크가, 음식을 가져주는 직원 대신 로봇이 눈에 띄었다.

입장했으니, 키오스크로 주문해야 했는데 분위기가 여간 낯설지 않았다. 키오스크가 어려웠냐고? 아니. 이유가 따로 있다. 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보니 정겨웠던 그 말

그는 나와 직원과 손님이라는, 사회적 관계로 점철돼 있으면서도 한 번씩 내게 "오늘은 늦으셨네요. 바쁘셨나 보죠?" 혹은 "물가가 많이 올라서 밥값이 500원씩 올랐어요. 죄송합니다"라거나 "오늘도 같은 걸로 드릴 거죠?"라며 먼저 건네는 말이 익숙했던 터였다. 하물며 "맛있게 드세요. 뜨겁습니다. 조심하세요" 이런 말 한 마디가 그렇게 따뜻할 수 없었다.

늘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동안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주고받아, 가급적 사람과 마주치지 않으려 하지만 그 식당은 예외였다. 점심시간이면 늘 내 발길은 내게 말을 걸어주고 공감해 주는 그 직원이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모순되게도.

뭘 먹지? 어디서 먹지?라는 고민도 필요 없고, 내가 그 모습 그대로 가볍게 숟가락을 들며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곳은, 그곳이 유일했다.

한번은 계산대에서 값을 치르는 사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요즘 같을 때는 생각이 깊어지면 더 힘든 것 같다. 살면 살아지더라"라며 자신을 빗대 내게 여러 도움되는 얘기를 지나가는 말처럼 해줬다. 가볍게 아무 말이나 주고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자주 가던 단골 같은 식당이, 처음 찾은 매장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그저 밥만 먹고 나오는 곳이 아니었는데. 계산대에서 손님을 맞는 주인에게 "키오스크로 모두 바뀌었네요?"라고 물었더니 "여러 사정이 있어 전부 설치했다. 경제도 어렵고 사정이 좋지 않기도 하고... 참, 이 건물에서만 벌써 이 달에 4곳이 문을 닫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늘 머리에 두건을 쓰고 계신 분은 이제 계시지 않나 보네요?"라고 슬쩍 물으니 "그러잖아도, 손님들이 많이 여쭤본다. 사정이 좀 그렇게 됐다"며 씁쓸해했다.

그 순간 들었던 생각은 '그분, 어디서 뭐 하고 계실까?' 하는 걱정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전화라도 걸어 인사라도 하고 싶지만 생각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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