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은 다가오는데 기운이 나른하다. 토요일 주말 아침상을 물린 지 두어 시간 지났을까 아내는 점심은 무엇으로 먹을건 지 물었다. 아내의 끼니 질문은 오래됐다. 은퇴 이후 부엌을 자주 기웃하다 보니 아내 말대로 먹고 치우고 나면 바로 다음 끼니를 걱정할 정도로 마음이 바쁘다.
그러나 점심메뉴가 금방 떠오르지 않았다. 가만 생각하니 아내의 물음에는 입맛뿐 아니라 마음의 허기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점심 메뉴로 오랜만에 라면을 먹어볼까 제안했다. 하지만 아내 반응이 시큰둥하다. 마뜩잖다는 뜻이다. 이에 아내에게 선택권을 맡겼다.
아내는 고민하다 결국 라면을 먹자고 말했다. 뭔가 댕기는 음식이 있는 것 같은데 꼬집어서 말하지 않았다. 주말에는 살림 주도권을 보통 내가 잡는다. 휴일만이라도 아내의 손을 덜게 하고 편히 쉬게 하자는 취지다. 밥 짓기에서 설거지까지 집안일을 관장한다. 잠시 후 나는 라면에 넣을 양파, 버섯, 콩나물, 부추 등을 다듬고 계란까지 준비했다.
사실 라면을 점심으로 추천하고도 멋쩍었지만 라면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대체식으로 그만한 것이 없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