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상담센터에 전화한 이유는 자신이 세운 계획이 차질 없이 실행될 수 있는지 궁금해서였습니다. 내담자는 꽤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두었습니다. 아직 죽음을 생각할 나이가 아님에도 유언장을 미리 작성해 둘 정도였으니까요.
내담자는 자신의 계획대로 미리 장례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내담자가 원했던 것을 살펴보고, 유언장 속 계획을 따라가면서 한국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장례를 치를 수 있는지 한 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왜 우리는 원하는 장례를 치를 수 없을까
내담자가 바랐던 핵심적인 것은 이렇습니다.
1. 가족에게 부고를 알리지 말 것
2. 함께 살고 있는 동성 배우자가 모든 장례를 주관하게 할 것
3. 유골은 바다에 뿌릴 것
내담자는 가족으로 부모님과 동생이 있지만 관계가 소원했고, 그래서 자신의 부고가 그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었습니다. 애초에 가족이 자신의 장례를 치러줄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고요. 대신 함께 살고 있는 동성의 배우자가 장례를 치러주길 바랐습니다. 배우자라면 자신이 생전에 원했던 대로 장례를 치러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거든요. 마지막으로 유골은 바다에 뿌려지길 바랐고요.
경제적으로는 소박해 보이는 바람입니다. 매장이나 봉안을 원한 것도 아니고, 넓은 빈소와 화려한 제단을 원한 것도 아니니까요. 실제로 내담자는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충분히 벌고 있고, 장례 비용으로 얼마 남겨두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요. 그렇다면 돈은 해결되었으니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따져봐야겠네요. 과연 내담자의 유언장은 공증을 받아 법적인 강제력을 가지게 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