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정치권은 일제히 대선 체제로 전환했다. 특히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 받고 본격적인 경선에 도입했다. 일찌감치 이준석 의원을 대선 후보로 선출한 개혁신당은 지금 정국을 어떻게 볼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과 대선에 대해 의견 듣기 위해 국회 탄핵 소추위원으로 활동했고 개혁신당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인 천하람 의원을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다음은 천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본인 집권 하에 치러진 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사람 처음"
-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습니다. 그간 탄핵소추위원으로 활동했는데, 지금까지의 과정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요?
"망상에 빠진 초보 대통령이죠.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부정선거 음모론을 본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용한 독재자들은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에 민주적으로 선출돼서 본인이 집권하고 있는데 치러진 선거가 부정선거라고 얘기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보통 부정선거는 야당이 말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현실 인식이 완전히 잘못돼 있는 거죠.
무슨 얘기냐 하면 다른 언론에서 '너무 빨리 인기가 있었다가 너무 빨리 인기가 없어진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쓰더라고요.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부터 시작해서 과한 수사라고 보는 분들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 당시에 조국 전 장관의 위선과 내로남불 수사하면서 슈퍼 스타가 됐죠.
그런데 대통령이 되고 출근길 문답에서의 여러 실험 그리고 인사상의 난맥 등을 겪으면서 지지도가 급속도로 빠졌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 성찰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그 자기 성찰 하기가 불쾌 내지는 두려워서 현실 부정을 해버린 거예요. 거기에 이재명 대표를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겹치면서 '국민들에게 사랑 받던 내가 이재명이 이끄는 더불어민주당에 질 리가 없다. 그러면 이것은 부정선거임이 틀림없다'고 자기 성찰이 결여된 망상의 세계로 들어가 버리는 거죠.
이게 저도 왜 그랬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굉장히 많이 있지만 결국 정치를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국민의 지지라는 것이 높을 때도 있고 또 어떨 때는 낮을 때도 있죠. 그러면 자기가 더 노력해서 만회해야 한다는 식의 정치인으로서의 사고 방식을 가질 수 있는데 그런 훈련 자체가 안 돼 있는 초보 대통령이 나오다 보니 자기 성찰이나 반성이 아니라 망상의 세계로 갔던 것으로 생각해요. 그런 망상의 세계에 빠진 게 대통령이다 보니 단순히 망상에서 그치는 게 아니고 비상계엄이라는 굉장히 파괴적인 형태로 분출이 돼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경제, 외교, 안보에 어마어마한 파괴적인 악영향을 미친 사건이 된 거죠.
대한민국이 선거 때마다 신선한 인물을 찾는데 정치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 됐을 때 얼마나 쉽게 망상에 빠지고 그것이 얼마나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오느냐를 아주 극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 의원님은 헌재에서 파면 선고할 때 기분이 어땠나요? 대선 때는 윤석열씨를 지지했으니 만감이 교차했을 것 같아요.
"제가 꼭 대선에서 지지했기 때문이라기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한 대통령 선거를 거치고 다수 국민의 선택을 받아서 당선된 대통령이 이렇게 파면되는 건 안타깝죠. 근데 비상계엄이라는 터무니없는 일을 벌인 순간 파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안타까운 심정보다는 그래도 대한민국의 헌법 재판 시스템이 잘 가동이 되고 사필귀정으로 좋은 결과가 나오고 대한민국이 다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돼서 다행이란 생각이 훨씬 컸어요."
"어마어마한 피해 입혀 놓은 상황에서 아직도 거짓말"
- 윤석열씨는 탄핵 선고 후 대국민 입장을 내지 않았고, 아크로비스타 자택으로 돌아가서는 지지자들에게 '이기고 돌아왔다'는 식의 말을 했어요. 어떻게 평가하나요?
"아직도 본인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으로 이루어진 망상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겁니다. 전한길 강사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님이란 식으로 표현하는데 몸 바치는 순교자 프레임 같은 걸 아직도 믿고 있는 겁니다.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요. 심지어 국민의힘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까지도 '비상계엄이 뭐 별일이었냐, 별 피해도 없었고 해프닝이다'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단적으로 CNN과 BBC가 바보라서 대한민국의 계엄령 선포를 뉴스 속보로 다룹니까? 전 세계가 다 지켜봤습니다. 한국이라고 하는 굉장히 안정된 민주주의, 안정된 법치주의를 가지고 있는 선진국형 국가가 하루아침에 굉장히 불안한 국가로 전락하게 된 겁니다. 그게 몇 시간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혀 놓은 상황에서 아직도 거짓말하고 본인 중심적인 망상의 세계에 빠져 있는 건 대통령을 했던 자로서 최소한의 자격도 없는 것 아닌가 해요."
- 14일부터 내란 사건에 대한 형사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형사재판에서도 윤석열씨는 탄핵 심판 때 한 말을 똑같이 한 것 같은데.
"자기 발등 찍는 자기 파괴적 변론을 하는 겁니다.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계몽령'이 아니었고 비상계엄으로 피해가 적었던 건 시민들과 출동한 군인들 덕분이지 윤석열 전 대통령이나 비상계엄에 가담한 인물들의 배려심이 넘쳐서가 아니라는 걸 명확하게 했습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에서 했던 얘기를 반복하는 건 오히려 마이너스죠. 법원에서 일정 부분 감형을 해주고 싶어도 반성하고 인정하는 모습 보여야 일정 부분이라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끝까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미 다 드러난 사실을 손바닥으로 가리려고 한다면 재판부가 봤을 때 더 괘씸하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