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산책을 즐겨하는 우리 가족, 산책 중 동네 사람을 만나면 밝게 인사하는 건 기본이다. 아들은 한 번이라도 뵌 적이 있으면 길 건너편 친구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알아보고 크게 인사하는 동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지내는 골목대장이다. 한번은 퇴근길에, 놀이터에 있는 아들을 데리러 갔다. 신나게 놀고 있던 아들이 나를 보고 크게 소리쳤다.
"엄마, 이쪽으로 오세요, 여기 친구 엄마들 많아요!"
어색한 긴장감이 몰려왔다. 아들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내 손을 잡더니 엄마들 사이로 끌고 갔다. 퇴근 후 옷도 못 갈아입은 엄마들이 놀이터에 앉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엄마예요!" 아들은 친구 엄마들에게 나를 소개하더니 모여 있던 엄마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민망함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하하, 안녕하세요." 짧은 인사를 하고 집에 가자고 보채는 나를 보고 아들이 한 말은...
"엄마, 엄마도 여기 앉아서 친구 엄마들이랑 이야기하면서 친해지세요. 저는 조금만 더 놀다 올게요!"
함박웃음을 지으며 신난 아들과 달리 빨리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급한 일이 있다고 둘러대고 먼저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온 아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엄마는 왜 맨날 혼자 가냐'며 '왜 자기 친구 엄마들이랑 친해지지 않냐'고 따지듯 물었다. 엄마끼리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데, 엄마는 맨날 바쁘다고 놀이터에 나오지도 않고, 친한 엄마가 없어 속상하다고 한참 동안 서운한 마음을 내비쳤다.
"엄마 왜 그렇게 소극적이야? 아빠는 안 그러는데?"
순간 당황했지만, 차근차근 설명했다.
"아빠는 성격이 유쾌한 사람이라 아들처럼 모르는 사람들과 금방 친해 지지만 엄마는 시간이 좀 필요해. 그 대신 한번 친해지면 엄청나게 친해지는데, 기다려 줄 수 있지?"
"엄마는 따뜻하니까, 엄마가 먼저 전화하면 다 좋아할 거예요."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