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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전쟁 예견한 건담 시리즈.. 리부트가 반갑다
2025-04-27 12:42:14
김상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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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운명을 건 숙명의 라이벌 아무로 레이와 샤아 아즈나블의 최종 결전 이후로 30년이 지난 우주세기 0123년. 하지만 여전히 인류는 지구 거주민과 우주 이민자 사이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기존의 우주식민지 외에 새롭게 달과 지구 사이 안전지대에 신규 거주 구역이 '프론티어' 사이트란 이름으로 건설되는 중이다.

시북 아노는 프론티어 IV 거주 구역에서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다. 마침 축제가 열리고 떠들썩하던 때, 우주 이민의 이상국가 건국을 주장하는 '코스모 바빌로니아'의 군대 '크로스본 뱅가드'가 프론티어 IV 정복을 위해 기습을 감행하고, 이를 수비하려던 지구연방군 주둔군과 시가전이 벌어진다. 격렬한 전투 와중에 대규모의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평화롭던 동네는 아비규환에 빠진다. 시북과 일단의 피난민은 가까스로 출항 직전이던 연방군 훈련함 '스페이스 아크'에 탑승해 프론티어 I로 향하지만, 전쟁의 불길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연방정부가 코스모 바빌로니아 대응을 등한시하는 가운데, 기세등등한 크로스본 뱅가드에 맞서기엔 역부족인 프론티어 사이트 주둔군에 가세한 저항세력은 피난해 온 청소년들까지 억지로 동원한다. 로봇 조종이 가능했던 시북은 완성되긴 했지만, 가동 불능이던 연방군 최신 모빌슈트 'F91'에 떠밀려 탑승하게 된다. 사실은 일에 몰두해 가족 곁을 떠났던 시북의 어머니가 개발에 참여한 기체였다. 그렇게 안전지대를 찾아 끝없이 도주하는 스페이스 아크와 모종의 비밀작전을 계획한 크로스본 뱅가드의 틈새에서 시북은 전투에 뛰어든다.

현실의 민주주의 위기와 권위주의 대두를 예언하다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은 <기동전사 건담 역습의 샤아>로 자신이 문을 연 건담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으려 했지만, 오히려 새로운 추진력을 만들어 버렸다. 기왕 그렇게 된 것, 차라리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의지로 3년 후 감독은 신작을 내놓기에 이른다. 예전 시리즈와 설정은 연결되지만, 일부러 한 세대가 온전히 지나 과거 기억이 희미해진 우주세기 123년을 기준점으로 이야기는 출발한다.

영화 속 지구연방은 겉으론 평화롭다. 그러나 과거 거듭된 전쟁의 근본 원인이 지구의 기득권에만 안주하며 우주 이민자를 착취하는 연방정부의 제국주의적인 태도, 정작 우주 이민은 자급자족 가능한 조건으로 불균형한 경제 구조라는 진실은 전혀 개혁되지 않았다. 분쟁의 불씨는 위태로운 평화 아래 잠복해 있었다. 그저 점화되기만 기다리던 셈이다.

지온의 선민사상과 군국주의가 사라진 자리를 채운 건, 크로스본 뱅가드의 '귀족주의'다. 하지만 가난한 이들 위주로 강제 이주를 당한 우주 이민에 구시대 귀족이 포함되었을 리 없다. 그렇다면 신흥세력이 주장하는 귀족주의 정치사상은 어떤 함의를 지닐까? 정작 그들이 타도하려는 대상인 지구연방은 문민 통제가 이뤄지고 연방 의회가 최고결정권을 지닌 형식상 큰 하자도 없는 민주정 체제인데 말이다.

귀족주의자들은 민주주의가 타락하고 이권 집단 담합에 놀아난 까닭에 기득권층인 지구 거주자들의 대리자로 타락했다고 주장한다. 정작 지구를 먹여 살리는 건 우주 이민이 생산한 자원과 노동력인데 정치적 지분은 보장을 받지 못한다는 그들의 주장은 합당하게 들린다. 이미 1세기 동안 의회 내에서 이민자의 권리를 옹호해 왔고, 군사적으로 분리독립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극단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시 나올 때가 된 것이다.

크로스본 뱅가드는 타성에 젖은 연방군이 군비 확충에 소홀한 틈을 타 신기술 개발에 매진해 기존의 로봇 병기보다 2/3 크기로 작으면서도 고성능인 신형을 개발해 군사력을 확충하고, 군사적 대결을 시도한다. 그리고 우주 이민이 지구연방에서 독립해 이상국 '코스모 바빌로니아'를 세우려 한다. 민주주의 대신에 플라톤의 철인지배 사상을 우주판으로 옮긴 듯한 '귀족'이 지배하는 과두정이다.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주' 사상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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