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칼럼>은 시민사회·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글입니다.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4월 11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하는 장면을 중계방송으로 지켜봤다. 솔직히 반성과 사과를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저 기나긴 망상에서 깨어나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고야만 얼굴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화면 속 그는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개선장군처럼 손을 치켜들며 지지자들의 환호를 만끽했다. 소름끼치게도. 군경을 동원해 헌법기관을 침탈하고, 헌법수호 책무를 저버리고, 국민 신임을 배반한 자가 끝내 관저에서 쫓겨나는 와중에도 "다 이기고 돌아왔다"며 으스댈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 했다.
과거 호송차를 타고 구속 수감되던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은 며칠 사이 십수 년을 늙어버린 듯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시대의 뒤안길로 쫓겨나는 철 지난 권위주의의 유령 같은 모습이었다. 반면 지금 윤석열의 행태는... 그가 말하는 '승리'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내란은 실패로 끝났지만 윤석열은 기어이 대한민국 사회에 극단주의와 반지성주의의 씨앗을 퍼뜨리는 데 성공했다. 불법 계엄에 동조하거나 방조한 자들은 지금도 여전히 이 정부 곳곳의 요직을 그대로 꿰차고 있다. 분열과 혼란의 시대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막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저희가 기록 안 하면 누가 하나요?"
윤석열 정권 3년은 언론 종사자로서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 언론의 자유는 끊임없이 위협받았고, 공영방송은 침략당했다. TBS가, KBS가, YTN이 차례로 무너졌다. 비판의 목소리는 어김없이 '입틀막'의 표적이 되었고, 방통위와 방심위, 검찰은 사냥개처럼 주인의 손짓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기자들을 물어뜯었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