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여러모로 이례적이다. 판결의 내용이나 절차 모두 정치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법부의 존재 이유 중 하나는 제도적 과정과 절차의 존중이다. 그런데 대법원의 이번 선고는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서둘렀다. 무엇이 그리 급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 9일만에 선고를 했을까. 풀리지 않던 의문이 이번 선고로 드러났다.
원래 소부에 배당했던 이 사건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전원합의체로 전격 회부한 것부터 극히 이례적이었다. 그리고 단 두 차례의 전원합의 기일만을 거쳐 초고속으로 선고를 하는 것도 유례 없는 일이다. 대선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이번 파기환송으로 혼란은 더 커졌다. 불과 한 달밖에 남지 않은 기간 동안 고등법원에서 다시 재판을 시작해 판결을 내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되레 대법원이 이런 불확실성을 의도한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대법원의 급변침을 주도한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으로 내란 수괴 윤석열이 낙점한 인물이다. 대법원장 임명 때부터 그의 전력은 도마에 올랐다. 대법관 때는 댓글공작을 벌인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고, 박근혜 재판에선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윤석열이 보수법관 중에서도 더 오른쪽으로 경도된 인물을 시킨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었을 것이다.
윤석열이 들어놓은 '보험'은 내란 국면에서 통했다. 돌이켜보면 대법원은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해 공식 언급을 거의 하지 않았다. 판사들 여러 명이 체포명단에 포함돼 있었는데도 계엄선포 직후 열린 대법원장 주재 회의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었다. 뒤늦게 계엄이 해제된 후에야 "계엄 해제에 안도한다"는 짤막한 입장문을 발표했을 뿐이다. 헌법과 법률이 붕괴될 위기에 놓였는데 팔짱을 끼고 있었던 게 민주주의 마지막 보루 대법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