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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해외 고객입니다 '먹통' 핸드폰에 한국 가야 하나요
2025-05-06 17:39:19
오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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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뉴스에서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소식을 봤다. 너무 큰 사고라 설마 나도 피해자일까 생각했었는데 진짜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우리 가족은 지금 미국에 거주 중인데 한국을 떠날 때 남편과 나는 핸드폰을 해지하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나와 기본 요금제로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한국 은행업무를 할 때 그리고 정부 사이트를 이용할 때 인증을 받는 도구로 사용해야 하고 가족들과 연락하려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유심칩을 무료로 교체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해외에 있는 나한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직접 갈 수도 없고, 택배로 받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대리인을 통해 수령하려면 위임장과 여러 서류를 보내야 한다는데, 문제는 대리점마다 요구하는 게 다 다르다는 거였다. 어떤 곳은 신분증 사본만 받는다 하고, 어떤 곳은 인감증명서까지 요구한다니 말이다. 전화를 돌리고, 조건을 확인하고, 서류를 맞춰야 하는 이 과정이 너무나 번거롭고 막막했다. 애초에 해외 체류자는 고객으로도 안 보이는 건가 싶어서 화가 났다. 큰 사고를 벌여 놓고, 정작 피해를 입은 고객에게는 아무런 현실적인 대책도 없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러다 남편은 급한 마음에 유심 보호 서비스라는 게 있다고 해서 급히 신청을 했다. 그런데 이게 또 다른 함정일 줄이야. 서비스를 신청하자마자 로밍이 차단되면서 핸드폰이 그야말로 '먹통'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무엇에도 쓸 수 없는 상태가 된 거다. 그걸 신청하라고 설명 없이 안내한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기준으로만 안내문을 만든 거 아닌가. 인터넷뱅킹도, 정부 사이트 접속도, 다 핸드폰 인증이 필요한데 지금은 아무것도 못 하게 되어 버렸다. 안전을 위해 한다던 조치가 오히려 나한텐 고립을 안겨줬다.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는 이 구조 속에서, 우린 지금 아무 데도 연결되지 않은 채 멈춰 있는 거다.

남편은 어차피 5월에 있을 부재자 투표 때문에 아틀란타 영사관에 갈 예정이니 그때 본인 인증 서류를 만들어서 한국에 보내자고 했다. 그런데 그건 시기도 너무 늦는 거 같고 대리점마다 요구하는 게 다르다는데 이게 통할지도 의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준비한 서류가 '아무 소용 없었다'는 결과로 돌아올까봐 두렵고 그 조차도 확신 없이 해야 한다는 게 더 허탈하다(참고로 페덱스를 통해 국제 서류를 보내면 20만 원 가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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