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건설노동자의 노동, 삶, 투쟁을 담은 책을 이야기하면서 고 양회동 노동열사의 형은 끝내 손수건을 꺼냈고, 책을 기획했던 이은주 활동가는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8일 저녁 민주노총 경남본부 대강당에서 열린 책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한겨레출판) 이야기 나눔 자리에서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이 기획하고 이은주, 김그루, 또뚜야, 김다솜, 박신, 최석환 기록자가 12명의 건설노동자들을 만나 들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 이야기 나눔은 부산과 서울에 이어 세 번째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윤석열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속에 2023년 5월 1일 스스로 분신했던 고 양회동 노동열사의 친형인 양회선씨가 참석해 마이크를 잡았다.
양회선씨는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한 사람의 의로운 행위가 우리에게 희망의 씨앗으로 남겨두었다고 생각한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5월 1일 동생의 소식을 듣고 이틀 전에 했던 통화가 생각났다. 평소에는 밝게 전화를 했는데 그날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제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법원에 낼 탄원서 받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다니던 성당의 신부한테 탄원서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했고, 동생한테 받으라고 했다.
두어시간 뒤에 전화가 와서 '형님 마음이 편해졌습니까'라고 하더라. 왜 마음이 편해졌느냐고 물었을까를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미 동생은 그 때 다 내려 놓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틀 뒤에 동생이 결심을 했던 것 같다."
형은 "동생의 시신을 안고 속초로 가는 길에 제 마음 속으로 동생과 약속했다. 제가 살아 있는 동안에 동생의 한을 풀어주겠다고"라며 "동생의 죽음 이후에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동생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당사자들은 아무런 죄책감 없이 지내고 있는 것 같다. 그 뒤 언론 보도 또한 힘들었다. 동생의 죽음도 힘들었지만 그 이후에도 더 고통스러웠다. 동생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두 아이를 두고 떠날 생각을 했을까 싶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은 잊을 수가 없다."
양회선씨는 "윤석열은 범죄자다. 12‧3 계엄의 내란은 통치행위가 아니고 범죄행위다. 파면도 되었다"라며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이 있다. 윤석열이 저질렀던 건설노조 탄압은 통치행위가 아니라 범죄행위였다는 사실을 밝혀내주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매일 투쟁이고 매일 건설이다"
이은주 활동가는 "노동자의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몸살을 앓는다. 양회동 열사의 죽음 뒤에 몸살이 났다. 당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였다"며 "몸을 추스르고 나서 건설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책으로 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5월 경남도청 앞에서 열린 레미콘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 때 내걸린 펼침막이 생각난다. '재료상은 배 터져 죽고 노동자는 배 굶어 죽는다. 투쟁만이 살길이고 구걸은 죽음이다'는 내용이었다"라며 "건설현장 노동자들을 만나면 하는 소리가 '우리는 매일 투쟁이고 매일 건설이다'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만나서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해하게 되었다"고 했다.
이 활동가는 "2023년 3월초, 집 앞에 건물 공사가 시작되었다. 가림막에 '건설 폭력행위 근절한다'라는 내용의 펼침막이 내걸렸다"라며 "그 펼침막을 보면서, 윤석열 때 건설노조에 가해진 행위는 일반적인 탄압과 다른 '몰이'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해 5월 1일 양회동 열사의 죽음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그는 "양회동 열사의 유서를 보면, 그가 노동조합을 만나고서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건설 현장에서 얼마나 자존심이 짓밟혔는지를 느낄 수 있다"며 "이번에 책을 내면서 건설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그 유서와 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원 앞에서도 만나고, 체불임금 투쟁 현장에서도 만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