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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11조인데, 서울교육감 투표 안 하실 건가요?
2024-10-15 18:11:12
임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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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은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사전투표 마지막 날이었다. 배우자와 함께 주민센터를 방문했는데 투표장에 사람이 없었다. 투표 관리를 위한 인력이 투표자보다 더 많을 정도였다. 지난 선거 때처럼 길게 줄 서서 투표를 기다리던 모습을 예상했던 나는 당황했다. 교육감 선거가 평일에 치러지기 때문에 사전투표일에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모들의 단톡방은 조용했다. 간간이 맛집 관련 정보가 올라오고, 재미난 도서관 행사나 체험 관련 이야기가 올라오는 것이 전부였다.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해야 한다고 외치는 것은 현수막밖에 없었다.

지금은 중·고등 학생들의 시험 기간이다. 중학교 3학년의 경우, 2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고 2~3주 뒤 바로 기말고사를 치른다. 행정 업무에 바쁜 교사들의 상황과 자사고 입시를 반영하며 만들어진 기형적인 기말고사 일정을 바로잡기 위해 올해부터 정상화하기로 했지만, 조희연 교육감이 직을 상실했기 때문인지 변화 없이 예년처럼 치르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중간과 기말을 함께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들은 나름대로 바쁘다. 회사일 하랴, 집안일 하랴, 충격의 시험점수가 적힌 시험지를 들고 다른 학원 알아보랴, 과외 알아보랴 동분서주다.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다. 치솟는 물가와 학원비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집도 있다. 한가하게 앉아 교육감 선거 일정이나 챙길 여유가 없는 것이다. 아이가 없는 가정의 이야기는 더 놀라웠다. 선거 자체를 몰랐다. 우편함의 공보물을 못 봤느냐고 물었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전 지하주차장으로 다녀서 1층 우편함을 자주 확인하지 않아요. 전혀 몰랐어요. 투표를 평일에 하나요?"

막중한 권한을 지닌 직책, 서울시교육감


조희연 전 교육감의 불명예 퇴진으로 진행하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560억 원의 세금을 투입해 치른다. 이번 선거로 뽑힌 교육감은 2026년 6월까지 서울시 초·중·고의 예산안, 교육규칙제정, 학교 신설 및 폐교, 교육과정 운영, 교원 인사권 등 공교육에 꼭 필요한 것들을 총괄하는 막중한 권한을 지닌 직책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예산은 약 11조 원으로 여가부 예산의 6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다.

지난 2년간, 정부와 서울시의회의 예산 감축으로 서울시 공립학교 아이들은 큰 피해를 겪었다. 2025년 디지털 교과서 도입으로 세상이 떠들썩하지만 2024년에 입학한 고등학교 1학년들은 부족한 예산으로 인해 스마트 기기를 무상으로 받지 못했다. 조희연 교육감 사퇴 이후 교육청은 스마트 기기를 제공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미 11월이고 스마트 기기 사용 격차는 벌어질 대로 벌어졌다.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이야 100~300만 원의 스마트 기기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렇지 못한 가정은 별도의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빈부 격차가 학습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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