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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자, 여성들은 대한민국을 먹여살렸다
2024-10-18 14:46:47
윤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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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하면 현대자동차를 떠올리곤 했는데, 영화 <울산의 별>을 보고 조선소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또 조선소 하면 배나 남성 노동자가 아니라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자 김진숙이 떠오르는데, 영화에서 조선소 용접공으로 분한 주인공을 발견해 놀랍고 반가웠다.

20년 차 조선소 노동자 윤화(김금순)는 정리해고를 통보받는다. 왜 나여야만 하냐는 그의 항변에 관리자는 '시스템'이 그렇다고 답한다. 조선소에서 일하다 죽은 남편을 대신해 채용된 윤화가 이제 해고돼야만 하는 이유는 남편의 목숨 값을 다해서인가. 윤화는 억울하다.

윤화는 직장에서 '형수'로 불린다. 심지어 죽은 남편을 생전에 알지도 못했던 젊은 동료들조차 그를 '형수'라고 부른다. 이는 당당한 여성 노동자를 '형수'라는 가족의 호칭 안에 가두고, 언제든 다른 적확한 '노동자'로 대체될 수 있다는 암시를 줄곧 주어온 셈이다.

그는 당연히 여느 남성 노동자처럼 가장이지만 생계부양자 남성 노동자 모델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간주된 것이다. 그래서 '형수'인 윤화는 가장이자 용접공으로 열심히 일했어도, 다른 가족이 벌면 되는 부수적 노동자로 취급돼 해고 1순위가 된 것이다.

그녀도 몰랐던 1억 대출... 시스템이 허락한 예견된 재앙

어떻게든 해고 위기를 벗어나야 하는 윤화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이를 상납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미 1억 원이 대출됐다는 은행 직원의 말을 듣고 기함한다. 1억 원의 행방은 아들 세진(최우빈)이 코인에 투자하기 위해 들어갔고 이미 대부분 날린 상태다. 취업이 어렵고 우울증을 앓고 있는 세진에게 탈출구가 필요했으리라. 그렇다고 1억 원이라는 큰돈을, 윤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버지 목숨 값'이라는 집을 담보 잡는 행태는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세진이 제 맘대로 담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가부장적인 '시스템'이 허락한 예견된 재앙이었다. 죽은 아버지라도 그 아버지의 대를 잇는 건 아들이니 이 철없는 아들에게 집의 소유권을 넘긴 것 아닌가.

필자와 영화를 같이 보던 20대 딸은 세진에게 전혀 이입되지 않는다고 했다.

"취업이 어려워? 그건 인정. 그래도 대한민국에서 남자가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없어? 여자보다 기회는 더 많아.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조금씩이라도 벌어 살면 되잖아. 내 친구들 다 그렇게 살아.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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