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다! 세 번째 시도 만에 영국 서점에서 찾은 귀한 책. 한강의 <채식주의자> 영문판이다. 내가 만면에 미소를 띤 채 책값을 치르러 카운터에 한 발 다가서자, 지난 번 인사해 나와 낯익은 직원 엘리아나가 대뜸 말을 건넨다.
"어 이 책을 어떻게 찾았어? 너 운이 좋은 날이다."
그는 현재 워터스톤즈 내 한강의 소설이 모두 완판이라며, 추가 구매 주문이 들어가 있는 상황이긴 하나 아마도 2~3주 정도 더 걸릴 거라고 귀띔한다.
종종 들러 한국 문학 판매는 어떤지, 독자들 반응이 어떤지 묻던 나를 기억하던 매장 직원 엘리아나는 우선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축하한다'라며 인사를 전한다. 우린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있지 않았냐며, 웃음을 띤 채 말이다.
서점 직원 엘리아나가 한국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영국 대형서점 직원들은 책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엘리아나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전부터 한강의 소설이 좋다고 칭찬해 오던 사람이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이 알고 있는 한국 문학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이 <채식주의자> 번역가(데보라 스미스)가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영국사람이라 놀랐다는 것, 발간되었을 때 번역 문제가 불거졌던 일화를 기억한다면서 말이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한국 내에서 페미니즘 이슈가 있었다고 들었다며 그게 맞느냐고 내게 되묻기도 했다. 그에게 이 작품이 왜 좋은지 물었다. 엘리아나는 한국 작품들이 갖는 문제의식이 독창적일 뿐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독특하다며, 한마디로 이야기 속에 '킥'이 있다고 표현한다.
즉 핵심적인 한 방이 있는데, 그 한 방이 무척 내밀하게 휴머니즘을 건드려서 독자들로서는 그 소설을 잊을 수가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노벨문학상 수상 후 한국 내 반응 등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뜸 한국 소설 중 소개할 만한 다른 책이 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나는 "너무 많아서…"라고 답했다. 말끝을 흐리며 이런 뻔한 이야기를 하는 내가 순간 부끄럽게 느껴졌다. 결국 추천할 만한 책을 다음에 가져오겠다고 약속하며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