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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해외여행, 불안해도 '굳이'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2024-10-18 16:56:05
권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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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따라오는 건 설렘뿐만은 아니다. 낯선 곳을 마주하는 불안 또한 여행에 대한 기대 반대편에 늘 자리하고 있다.

입국심사는 잘 통과할 수 있을지, 길은 잘 찾을 수 있을지, 바가지를 쓰진 않을지, 아프거나 다치면 어떻게 할지,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지 등등 시시콜콜한 걱정과 함께 온갖 최악의 상상들이 펼쳐지면서 여행을 앞둔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그러나 사실 막상 한 번 겪어보고 나면, 생각했던 것만큼 어려운 일은 아니었구나 하게 된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고, 금방 익숙해지며, 우려했던 문제는 거의 일어나지 않고, 문제가 생겨도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경험치가 쌓이면, 다음 여행은 더욱 수월해진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줄어들고, 자신에 대한 신뢰와 효능감은 높아진다.

우리가 자유여행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신나게 놀고 즐기기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시간의 대부분이, 그리고 여행지에서도 꽤 많은 시간이, 머리 아프고 몸 힘든 순간들이다. 때로는 '사서 고생'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때도 있다.

발달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은 대다수가 불안함을 이겨내고 끈기 있게 노력하는 태도가 부족하다. 잦은 실패의 경험은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어려우면 의존하고 힘들면 포기한다. 이러한 태도가 고착되면 아이들은 가진 바 능력 이하로 세상을 살아나갈 힘을 잃게 된다.

여행에 대한 기대감은 무기력이 학습된 아이들에게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어려운 여행 준비에 머리가 지끈거려도, 잘 해낼 수 있을까 불안이 솟구쳐도,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최선을 다해 성취해 낸 경험은 세상을 헤쳐나갈 토대가 되어 아이들 마음 깊은 곳에 단단히 자리 잡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발달장애 아이들과 자유여행을 도전하는 이유이다.

환전, 잘할 수 있을까

여행을 앞두고, 아이들이 가장 염려한 것 중 하나는 환전이다. 우리는 현금을 가져가는 대신 소지와 사용이 용이한 트래블 카드를 만들어 가기로 했고, 1학기 동안 졸업여행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카드발급, 충전, 환율 계산, ATM 사용방법 등을 공부하며 준비를 마쳤다.

트래블월렛 카드와 연결된 계좌에 입금만 하고, 카드만 챙겨 오면 된다고 했지만 정말 현금을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 걸까. 아이들이 ATM 출금을 잘할 수 있을지 등 여러모로 염려가 됐다.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배운 것들을 여러 번 되묻고, 이미 알고 있는 것들도 계속 확인하고, 같은 말들을 반복했다. 실제 해보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다독여도, 이들의 불안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누구도 대신 감당해 줄 수 없고, 스스로 부딪히고 깨달아야 잦아들 마음이었다.

우리가 여행일에 소지하기로 한 4박 5일 경비는 식비 및 교통비 최소 30만 원. 간식비와 쇼핑은 제각각 정한 예산에 따라 10~30만 원가량을 더했다. 그중 우리는 우선 홍콩국제공항에서 옥토퍼스 카드를 구매할 200달러와 비상금 200달러, 총 400달러만 출금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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