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단풍이 든 것일까? 알록달록 초록과 황금빛이 번갈아 나타나 아름다운 문양을 만든다. 산 전체가 황금색 단풍으로 서서히 물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세히 보면 단풍과는 달라 보인다.
그렇다. 마치 단풍이 물들어가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소나무가 재선충에 걸려 죽어가는 모습이다. 거대한 나무 무덤이 생기는 광경이다.
거대한 나무 무덤 ... 소나무재선충으로 죽어 나가는 우리 상록수 소나무
이곳은 대구 달성군 하빈면의 한 야산이다. 이 야트막한 야산 전체가 소나무 군락지이고 이곳 소나무 군락지의 절반 이상이 소나무재선충이란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아름다운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소나무 숲 전체가 죽어가는 비극의 현장이다.
비단 이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 유입돼 부산에서 시작한 소나무재선충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지금 경북 울진과 강원 정선까지 확산하고 있다.
이곳 대구 달성군 일대 거의 대부분의 소나무가 재선충으로 죽어 나가고 있다.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 소나무가 황금색으로 물들어가며 죽어 나가고 있다. 어떤 나무는 죽은 지 오래되어 잎이 하얀색으로 변색되었다. 죽은 지 수년이 지난 소나무들도 부지기수다. 재선충 방제에 실패했고 거의 포기 상태란 말이 들린다. 우리 국토 전역의 소나무가 죽어 나갈 일대 위기다.
소나무재선충을 '소나무 에이즈'라 부르며 방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산림청은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산림청이 막대한 예산을 쓰고도 재선충 방제에 실패해 우리나라 소나무가 초토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현장에서 만난 <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말했다.
"일본이 나름 성과를 내는 소나무재선충 방제를 왜 이 나라는 못 하는 것인지 정말 모를 일이다. 일본의 소나무재선충은 통제 가능한 상태로 관리가 되고 있는데, 이 나라의 소나무들은 당국의 무관심과 무책임으로 통제 불능의 상황이다. 이러다가는 우리 국토 전역의 소나무들이 몽땅 죽어 나갈 것 같아 정말 걱정이다."
실제 한창 재선충 방제 작업을 할 지금 방제 작업을 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자포자기한 상태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