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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만이 할 수 있는 기록, 나도 흑산도가 그리워진다
2024-11-22 17:50:46
윤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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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섬놈 팔자 / 고립무원 서러움도 유전이 되고 / 원통할 섬놈의 피 / 씻어 내고 씻어 내도 짠 내는 가시지 않아 (아픈 것들은 모조리 파도가 되자)

시인은 섬에서 태어났다. "하도 멀어 섬 천 개는 / 징검다리 삼아 건너야 갈 수 있는 섬"이다. "천주쟁이 정약전, 왕의 도포를 훔친 상궁 / 가다 죽으라 보낸 유배지"란다. (내 고향은 흑산도)

서울·수도권에서 멀어질수록 인구가 가파르게 줄어드는 오늘, 이 섬은 벌써 늙고 야윈 지 오래다. 그곳은 "싱싱하고 비린 것들은 / 모두 서울로 가고 / 포구엔 온통 늙은것들뿐"인 섬이 다.(서해 노포(老鋪)에서)

시인은 그 섬이 밉다. 그리하여 "다음 생엔 이 소징한 섬에서는 / 절대로 나지 말아야지 / 그런 헛된 다짐이야 / 아비는 안 했을까 / 아비의 아비인들 안 했을까" 되뇐다. (아픈 것들은 모조리 파도가 되자. '소징하다'는 징하다, 징글징글하다는 뜻의 흑산도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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