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아이들을 재우고 잘 준비를 하다 멈추고 새벽 네 시까지 뉴스를 보며 상황을 예의주시했다. 시민들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무장 군인들이 유리창을 깨고 국회 안으로 진입하는 장면을 시청했다.
5·18을 주제로 쓴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탄 것이 겨우 두 달 전 일인데, 낮에 서점에 들러 한강 작가의 작품들로 만든 책트리도 보고 왔는데, 1212 사태의 재현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심지어 지난 9월, 한 일간지의 <국민을 바보로 아는 '계엄령 괴담'> 사설이 논란이었기에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어려웠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국회 본회의장의 모습을 지켜보며 초조한 마음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상정을 기다렸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절차의 정당성을 피력하는 우원식 의장을 보며 두 손을 맞잡았다. 드디어 가결안이 상정되었고 1분 만에 참석 의원 190명의 전원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국회의 가결안이 나왔지만 대통령실은 침묵했다. 속보를 기다리던 나는 결국 밤을 새웠다. 밤새도록 카카오 단톡방과 소셜미디어로 국내외의 사람들과 소통했다. 아침으로 호박죽을 끓였다. 함께 늦은 시각까지 TV를 시청하며 분노했던 배우자는 피곤한 표정으로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