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기습적인 비상 계엄 선포에 밤잠 이루지 못한 시민 1만여 명이 퇴근길 집이 아닌 거리로 뛰어나왔다. 광화문 인근에 모인 시민들은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행진하면서 "반란수괴 윤석열을 체포하라"라고 외쳤다.
4일 오후 6시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퇴진광장을 열자! 시민촛불' 집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에 항의했다. 오후 6시 집회를 시작했을 무렵 시민들은 수백 명 수준이었으나 곧 1만여 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퇴근을 마치고 삼삼오오 광화문으로 모여들었다.
"도저히 믿기 힘든 참담한 상황 목격"
시민들은 손에 촛불이나 손피켓을 쥔 채로 용산 대통령실을 향해 4.4km를 걸었다. 버스나 건물 내부에 있던 시민들은 행진하는 시민들을 핸드폰 카메라에 담으면서 환호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서 왔다"라고 외쳐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승훈 시민사회연대회의 위원장은 제주도에서 온 시민에게 "오늘 이 집회가 비행기값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집회가 될 거라 의심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이 위원장은 집회 무대 위로 올라 "어젯밤(3일) 한숨도 못 주무신 시민들이 너무 많다. 우리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참담한 상황을 목도하게 됐다"라면서 "국회에 무장을 한 특전사들이 총을 가지고 난입하는 상황을 보기도 했지만, 그들이 국회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냈던 시민들도 만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집회 도중인 오후 7시 무렵 이번 비상 계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나라를 지키라고 국방부 장관을 시켜놨더니 비상 계엄으로 국민들을 협박하고 이제는 도망친다고 한다. 강도가 강도짓을 하고 붙잡히니까 강도를 은퇴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