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큰일을 하시는데 늘 건강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추석 잘 보내셨습니까? 국민의힘 김상훈 의장입니다... (중략) 차장으로 근무하는 친척이 있는데 이번 부장 승진에 지원한다고 합니다. 전문가로서 주변에 신임도 두텁고, 리더의 자질도 갖추었(습니다). 올해 승진하여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잘 살펴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뵙겠다"고 했다. 이어 "[인적사항입니다]"란 문자 아래로 소속, 이름, 사번 등이 명기됐다. 이와 같은 인사 청탁 정황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포착됐다. 장소는 국회 본회의장. <국제신문>이 단독보도를 내놨던 시간은 12월 2일 오후 5시 49분이었다. 인용보도가 대대적으로 이어졌다. 김 의원은 "지인의 예비사위였다"거나 "불이익이 없게 해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었다. 다음 날에도 비판은 거세게 쏟아졌다. <동아일보> 사설도 그 중 하나였다.
"국회 회의장에서 버젓이 문자를 주고받아 언론에 들킨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의원 시절 지인이 보낸 인사 청탁 문자를 확인하다 언론에 포착된 뒤 '숱한 지역구 민원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가 더 큰 논란을 샀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그런데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중략)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 의원의 요구를 어떤 기관이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결국 국회가 스스로 자정 노력을 벌이고 감찰 받기를 자청해야 하는데, 그걸 강요할 수 있는 것은 국민뿐이다." (12월 4일자 '또 걸린 의원 인사 청탁 문자... 앵글 밖, 국회 밖에선 어떻겠나' 사설 중)
그러나 이 사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3일 밤, 계엄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계엄 다음 날... "(미소와 함께) 지금 무슨 탄핵을 이야기 해"
다음 날(12월 4일) 오전, 김 의원의 모습이 다시 카메라에 잡혔다. 취재진이 그에게 몰려들었다. 인사 청탁 논란 때문은 '당연히' 아니었다. 국민의힘 의원총회 중 퇴장한 그에게 기자들이 상황을 묻기 위해서였다. 그는 웃기도 했고 미소를 머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