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되기 한 달 전쯤, 놀라운 말을 들었다. 오빠네가 명절 연휴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이야기였다. 명절에 여행이라니. 이미 많은 가족이 그 시간을 그렇게 사용한다는 것을 익히 들어왔기에 대수롭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시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수년 동안 시댁은 밀양 배내골의 펜션에서 모였다. 연로하신 시부모님의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고, 자녀들이 많이 태어나고 식구가 늘어나면서 좁은 집에 모두 모이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게 느껴졌기에, 형제들이 논의하여 결정한 일이었다.
계곡물이 흐르고, 나무가 우거진 관광지의 독채 하나를 빌려 명절 음식 대신, 바비큐를 해 먹으며 가족 간의 정을 나누었다. 그마저도 시부모님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는 사라졌다. 그저 멀리서 안부나 전할 뿐, 굳이 모이는 것에 에너지를 쏟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친정 가족은 엄마네에서 해마다 두 번씩, 빠짐없이 모였다. 딸 넷에 아들 하나인 집이라, 다 같이 모이기가 참 쉽지 않기는 했다. 딸들이 각자의 시댁 일정을 마쳐야만 친정으로 올 수 있었으므로, 엄마네로 모이는 시간은 제각각이었다. 그래도 모두가 모여 덕담을 나누고, 그간의 삶을 나누고, 음식을 나누고, 윷놀이를 하며 명절 분위기에 흠뻑 젖는 날이 적어도 하루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