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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쓰던 물건을 딸에게 주는 낭만, 어떤가요
2025-02-25 09:30:04
엄회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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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서재에는 25년, 30년이 훌쩍 넘은 책장과 책상, 의자가 있다. 당시 월급을 탈 때마다 돈을 모아 집 근처 시장에 자리했던 가구 대리점에서 하나씩 구매한 책장과 책상이 지금의 서재를 만들었다.

지금껏 나의 청춘을 함께 한 책장과 책상은 현재 유명 가구 브랜드 회사로 자리매김해 격세지감을 실감한다. 한 벽면에 나란히 진열된 책장은 그 회사 브랜드 마크의 변천사가 박물관처럼 진열되어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사춘기 딸에게 지금 쓰는 엄마의 책상은 25년쯤 됐고, 의자는 30년 정도가 됐어, 라고 얘기하면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며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특별히 엔틱한 것, 클래식한 걸 좋아한다기보다는 인위적으로는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진득한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것들을 보면 마음이 먼저 간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연과 이야기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물건 쓰는 '순정남'들의 사연

얼마 전, 한 TV 예능프로에서 '순정남 특집'으로 나온 75세의 할아버지 이야기가 전파를 탔었다. 첫 등장부터 심상치 않은 클래식한 올드카의 등장에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지역이 그대로 표시된 번호판, 라디오 안테나에 추억 소환하는 자동차 내부 안의 모습은 시청자들을 제대로 감성 젖게 만들었다.

그 올드카는 38년째 그와 인생의 반을 함께 달려온 'H사 프레스토' 자동차다. 38년 된 자동차가 지금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에 이런 일이 나올만한 일인데, 난이도 최상급인 올드카를 위한 부품 수급은 가히 전문가도 감탄하게 했다.


게다가 그 올드카의 높은 감정가는 주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인터뷰하던 MC분이 비싼 값의 감정가를 듣고 파실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그는 단칼에 거절하며 이 자동차는 나와 평생 함께 갈 거라는 얘기를 해 보는 이들에게 올드카에 대한 그의 애정이 진심임을 느끼게 했다.

그의 가족사진에 옆에는 항상 그의 프레스토가 있었다. 언제인지 기억을 더듬게 하는 어린아이들과 함께 찍은 젊은 날의 그의 사진에도, 이제는 다 커 아빠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인이 된 아이들과 찍은 사진에도, 그 프레스토가 있었다. 데자뷔처럼 말이다. 나의 반려 자동차와 나의 반려 가구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 멋진 삶이 아닌가 생각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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