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와 광장의 에너지가 분출한 계기로 결성된 단체인 <시민권력직접행동>은 체포버스, 체포텐트, 해체버스 등 윤석열 체포와 내란세력 국민의힘 해체 투쟁을 전개했다. <시민권력직접행동>은 '윤석열 파면 이후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 말하며 '시민권력개헌운동'에 나섰다. '시민권력개헌을 말하다'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개헌 얘기하면 블랙홀… 빨간 넥타이 맨 분들만 좋아한다?
개헌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MBC '100분 토론'에 나와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개헌논의와 관련해 "지금 개헌을 얘기하면 블랙홀이 된다"고 선을 그었고, "지금 개헌을 말하면 빨간 넥타이 매신 분들(보수 세력)이 좋아한다"라고 말해서 논란이 됐다. 한마디로 지금은 대선 국면이 아니고 내란 극복과 헌정 질서 회복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그러자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주요인사들이 개헌에 관한 발언이 잇따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인은 대선 후보가 될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하고 "정치인과 전문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개헌에 공감하고 있다. 많은 민주당 소속 시·도지사들도 개헌에 동의하고 나섰다. 이분들도 빨간 넥타이냐"라고 되물었다.
민주당의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개헌은 '블랙홀'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여는 '관문'"이라면서 지난 대선 직전 이재명 대표와 대선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합의했던 '정치 교체 공동선언'을 제시하며 이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계엄을 막는 개헌을 해야 한다"며 원포인트 2단계 개헌을 주장했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절대적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 로드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두관 전 의원도 "4년 중임제로 권력을 분산하고, 지방 소멸을 막을 수 있는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개헌을 얘기해서 블랙홀에 빠지는 게 아니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지긋지긋하게 벌여왔던 권력 다툼을 개헌으로 포장했기 때문이다. 집권당과 야당의 이전투구로 다뤄지는 '개헌'은 더 이상 시민들에게 어떠한 호소력도 없다.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말하는 개헌에는 시민들의 권력 따윈 관심 없다고 느껴서다. 먹고 살기 힘든 일터와 삶터의 현실 그리고 광장에서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듣고 있는지 답답함이 커질 뿐이다.
개헌논의 두 가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개헌논의 첫 번째 프레임은 "지금은 헌정 질서 회복이 더 중요하다"이다. 지금의 탄핵 국면이 왜 열렸는가? 내란수괴 윤석열이 느닷없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헌법기관인 국회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해서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비상계엄 기구를 만들어서 영구집권과 독재를 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상황에서 현재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고 87년 이전의 독재 시절로 돌아가게 하려고 했던 세력을 단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파면을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며 헌법재판소에서 곧 결정이 나올 것이다. 또한, 내란을 사전에 준비하고 실행에 옮겼던, 비상계엄에 관련된 모든 이들에 대해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헌 논의가 '이것에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탄핵은 탄핵이고, 개헌은 개헌이다. '다시는 내란 세력이 비상계엄과 같은 준동을 할 수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개헌논의 두 번째 프레임은 '권력 분산 개헌'이다. 지금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개헌의 주제는 권력 분산에 집중되어 있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의 권한을 더 축소하고, 분산할 것인가에 있다. 대통령 임기 단축, 4년 중임제 같은 논의가 그것이다. 또한 이원집정부제, 책임총리제 같은 것도 대통령의 권한을 의회로 분산해야 한다는 뜻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로 나눠야 한다는 지방분권형 개헌 논의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모두 중요한 주제들이고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위 두 가지 개헌 프레임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모두 주권자인 시민의 통제와 권력을 강화할 것인가 하는 시민 권력 개헌을 말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개헌 논의를 바라볼 때 위 두 가지 프레임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