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말하기 대회가 생긴다면, '멍 때리기' 대회처럼 잘 할 자신이 있다. 반대로 남들이 알려주기 전에는 정녕 모르는 한국의 좋은 면들도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다. 외국인 '피셜' 쓰레기를 막 버리다가 돈 내고 버리는 종량제로 일거에 전환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 두 곳뿐이란다. 전 국토의 요새화를 국가적 로망으로 삼은 북한, 그리고 그러한 전환이 실제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남한이다.
한국은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의 천국?
책 <웨이스트랜드>에는 음식물 쓰레기의 지상 낙원이 한국이라고 나와 있다. 이 대목에서 나는 화들짝 책을 집어던질 정도로 충격 받았다. 영국인 '쓰레기 덕후'가 세상에는 음식물 쓰레기의 98%를 퇴비화시키는 한국이란 천국이 있다고 '유니콘'을 묘사하듯 한국을 소개한 것이다.
우리의 '탈조선'이 전 세계 퇴비화 덕후들의 성지라니… 마치 단군 유전자에 새겨진 것처럼 우리는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이 지구 상에는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배출하지 않는 곳들이 훨씬 더 많다.
분리배출의 시작은 음식물 쓰레기를 발라내는 것부터
약 20년 전 국내에서도 음식물 쓰레기의 95%를 생활 쓰레기와 섞어 땅에 묶었다. 그러나 현재는 음식물 쓰레기의 약 95%를 재활용한다. 분리배출의 제 1 원칙은 음식물 쓰레기 등의 유기물을 일반 쓰레기와 다른 재활용품에서 발라내는 것이다. 그래서 분리배출을 마른 쓰레기(dry waste)와 젖은 쓰레기(wet/organic waste)로 구분하는 나라들도 꽤 된다.
왜 그럴까?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물 폐기물은 수분이 많이 포함돼 있어 태우기에도 부적절하고 매립하기에도 비위생적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다른 폐기물과 섞이면 쓰레기나 재활용 분리배출 대상도 악취와 수분, 벌레에 오염되어 처리하기 힘들고 재활용하기 어려워진다. 지금 이 시각 세계는 20년 전 한국처럼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섞어 버려서 골치를 앓고 있다.
깨끗한 거리 만큼이나 페트병 라벨을 잘 뜯기로 유명한 일본도 음식물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와 섞어 배출한다. 이렇게 배출된 음식물쓰레기는 대부분 소각된다. 수분이 약 80%를 차지하는 음식물 쓰레기를 불에 태우다니, 이렇게 원시적이라니요.
일본에 간다면 쓰레기 통을 살펴보시라. 페트병과 캔 외에는 타는 쓰레기(combustible waste)와 안 타는 쓰레기(incombustible)로만 쓰레기를 분리하는데, 이 중 음식물 쓰레기는 타는 쓰레기통에 넣으면 된다.
놀랍게도 일본은 페기물의 80%를 소각하고 재활용률은 20%에 불과하다. 일본 전역에 1100개의 소각장이 있는데, 규모 상관 없이 개수로만 따지자면 세계 소각장의 66%가 일본에 존재하는 셈이다.
소각장 신설 대신 쓰레기를 줄이자, 재활용률을 높이자
2024년 5월, 그럼에도 우리는 쓰레기 제로 정책을 펼치는 일본 후쿠오카의 오오키정과 가고시마의 오사키정에 다녀왔다. 이 마을은 원래 소각장이 없어 이웃 동네 소각장을 빌려 썼는데, 그마저 노후화되어 신설 소각장을 지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됐다. 일본은 소각장 건설 비용의 절반을 중앙정부에서 지원하지만 이후 소각장 운영 경비는 해당 지자체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인구 1만3000명의 소도시에 소각장 운영비는 큰 부담이었고 동네에 소각장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여론도 높았다. 우리 동네는 안 되는데 다른 동네에 소각장을 짓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딱 하나, '쓰레기를 줄여서 신규 소각장을 짓지 말자'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