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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관계를 부수고 팔아버리면 서울에는 뭐가 남을까
2025-04-04 10:17:39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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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로 은평구를 처음 알게 됐어요. 서울로 이사를 결정했을 때 서울혁신파크와 은평시스터즈 때문에 은평구를 선택하게 됐어요."

A(김씨, 27)는 지방에 살다가 서울, 그중에서도 은평구에 정착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방에 산다는 것은 기회가 차단된다는 불안과 외로움을 버티는 일이기도 했다. 그러다 그는 일 때문에 서울혁신파크(이후 혁신파크)에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홍콩 프리, 퀴어 이슈, 비건 등 다양한 의제 관련 포스터나 모집글이 많았다. 혁신파크는 '공공기관'인데도 다양한 의제가 가시화되는 공간처럼 보였다.

"마치 퀴어 퍼레이드 기간의 러쉬(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서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A에게 혁신파크는 단순히 일자리뿐만 아니라 외롭지 않을 수 있는 곳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공간이었다. 그래서 서울로 이주하기로 했을 때 고민 없이 은평구를 택했다.

따듯한 가족 같은 기분을 나눌 수 있던 공간

A의 기대감과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혁신파크는 2015년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국립보건원이 있던 자리를 서울시가 매입해 약 600여 개의 마을공동체, 시민단체, 청년·예술단체 등의 활동 공간이 됐다. 혁신파크에는 사회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노동, 페미니즘, 환경, 공동체, 도시농업, 비건, 예술... 언제나 뒷전으로 밀렸던 가치들이 혁신파크에서는 사회 문제를 풀 열쇠로 등장했다. 혁신파크의 '혁신'의 주인공들은 기술, 개발, 자본이 아니라 바로 사람들과 그들이 마음속에 품은 가치였다.

혁신파크의 공간도 이런 분위기에 맞게 지어졌다. 한가운데 잔디밭과 공원이 있어 시민 누구나를 환대했고, 건물 사이사이 국립보건원 때부터 자리 잡은 나무들이 자연스러운 숲의 기능을 해주었다. 3개의 '청'건물과 10개의 '동'건물로 이뤄져 있었는데, 대부분 1층에는 라운지, 공용주방, 네트워킹 공간이 있었다. 돈을 들이지 않아도 머물고, 쉬고, 빌릴 수 있는 공간들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작당할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

이런 숨통 트이는 공간이 있었기에 은평구 여성 1인 가구 커뮤니티 '은평시스터즈'도 태어날 수 있었다. 은평시스터즈는 2018년 은평문화재단이 진행한 여성 1인 가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린 공론장에서 시작됐다. 당시 공론장에서는 은평구에 사는 1인 가구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결과를 발표했다. 1인 가구 여성들은 나이와 성별로 차별받지 않고 평등하게 서로를 만날 수 있는, 느슨한 연대가 있는, 지역에서 1인 가구 여성이 주민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목소리를 내는, 가족 없이 나이 들더라도 서로를 지지해줄 수 있는 마지막 보루 같은 커뮤니티를 원했다.


공론장에서는 발제뿐만 아니라 시낭송, 영상 상영, 토크쇼, 사진전과 전시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있었다. 혁신파크 미래청 2층 모두의 모임방에 60~70명의 인원이 모인 이 행사가 끝날 때쯤, '우리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렇게 해서 은평시스터즈가 탄생했다. 당시에는 이런 행사를 기획하려 할 때 고민 없이 혁신파크의 문을 두드렸다. 은평시스터즈가 만들어진 뒤에도 혁신파크는 계속해서 공동체가 새로운 만남을 펼칠 터전이 되어주었다. 북토크를 열고, 뒤풀이 비건 파티를 하고, 커뮤니티 운동을 하고, 심지어 김장 만들기 체험까지 함께하며 유사 가족 같은 따뜻한 기분을 나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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