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시민들의 오랜 기억 속에 머물러 있던 철 지난 '계엄'의 소환으로 촉발된 대한민국의 위기는 윤석열의 탄핵으로 종결됐다.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던 우리의 민주주의는 무려 4개월여에 걸친, 거리에서의 시민들의 목소리에 조응한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의 파면결정으로 복원됐다. 이는 위정자의 오판으로 비롯된 국가적인 위기 상황이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시민들의 함성 속에 법치의 작동으로 일단락됐음을 의미한다.
민주주의의 위기가 표면적으로는 복원국면으로 들어섰지만, 이번 계엄과 탄핵에 이르는 동안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는 뚜렷하게 목격됐다. 당파성에 따라 첨예하게 대립하는 공동체의 분열은 탄핵의 둘러싼 거리의 찬반 집회로 점철됐고, 급기야는 폭력적인 법원 점거라는 전대미문의 파국적인 상황도 벌어졌다. 당파성에 따른 분열은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더욱 극심해졌고 시위군중의 극단성이 노골화됐으며, 이에 편승해 극단적인 선동도 서슴지 않는 정치인들이 등장했다.
이번 상황을 유사한 위기국면이었던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시기와 비교해 보면 의미 있는 시사점이 발견된다. 2016년과 2024년이라는 불과 8년 사이에 반복된 우리 민주주의의 위기 상황은 '파행적인 국정운영에 따른 대통령 탄핵'이라는 외견상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음에도 이를 둘러싼 여론의 추이는 크게 다른 모습을 보였다.
2016년의 경우, 대통령 탄핵에 대한 압도적인 찬성 여론이 탄핵심판까지 줄곧 이어졌지만 2024년의 위기 상황에서 여론의 추이는 탄핵 직전의 압도적인 찬성에서 찬반의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2016년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직후 10%대로 추락한 당시 여당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탄핵 선고 직전까지 회복되지 못했던 반면, 현재 상황에서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20%대 초반으로 하락했던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이후 회복됐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