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수괴가 드디어 파면되었다. 역사의 정말 힘든 고비를 넘긴 느낌이다. 이제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세워야 한다. 다들 그렇겠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내란 스트레스로 나도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그 이유 중에는 내 주변에서도 그동안 멀쩡해 보이던 이들이 요즘 유행하는 말로 흑화(黒化)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 것도 있다.
이 말의 어원을 찾아봤다. 일본어 '쿠로카(黒化,くろか)'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일본 대중문화 매체에서 선량했던 인물이 어떤 계기를 통해 악에 물들거나 비뚤어진 방향으로 변모하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이 한국에 들어와 퍼지면서 성격이 갑자기 이상해지거나, 비뚤어진 방향으로 바뀌는 사람을 두고 쓰는 표현이 되었다.
원래 난세에는 사람의 본색과 바닥이 드러난다.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 사람됨이 돋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흑화된 이들도 적지 않다. 내란 세력이 보여준 추잡한 행태에 대해서는 굳이 덧붙일 게 없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문득 그렇지 않게 살아가는,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를 예증하는 분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