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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개 119에 신고하고 3시간 뒤... 눈물이 쏟아졌다
2025-04-16 14:05:32
박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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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수정 : 16일 오후 1시 59분]


겨우내 추위를 꿋꿋이 이겨내고 만개했던 벚나무 꽃잎이 무자비한 봄바람에 흩어지던 14일 밤과 15일 아침 사이 있었던 '작은 기적'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분명 봄바람이었는데 밤 바람은 왜 그토록 시리던지요. 최근 눈에 띄게 불어난 뱃살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저는 두꺼운 외투를 꺼내 입고 밤 산책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동네를 크게 한 바퀴 돌고 아파트 상가 입구에 다다랐을 무렵, 아기 하마를 닮은 듯한 검은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도 없이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떨어진 담배꽁초를 물어보기도 하고 차가운 밤바람에 떠 밀려 날아가는 담뱃갑 종이를 쫓는 세상 똥꼬발랄, 천방지축 어린 강아지 그 자체였습니다. 처음엔 강아지 주위에 사람들이 계시기에 당연히 보호자일 거라 짐작하고, 저는 편의점 앞 난간에 기대어 쉴 새 없이 전후좌우로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무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핸드폰에 한눈을 파는 사이 보호자라 생각했던 일행이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고, 난간에 기대어 있는 저와 편의점 내부에 근무 중인 직원 1명을 제외하고는 강아지 근처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여 편의점에서 키우는 강아지일까 싶어, 때 마침 영업 마감 준비를 하기 위해 편의점 외부로 나오는 직원에게 질문을 드리니 '처음 보는 강아지'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 아... 주인을 잃은 강아지구나.'

고민하는 사이 어느덧 시간은 밤 11시를 넘어섰고, 주위 인적이 뜸해지고 있었습니다. 편의점도 영업 종료 시간이 되어 곧 간판의 전등이 꺼졌습니다. 봄을 시기하는 세찬 찬 바람에 두꺼운 외투를 입었음에도 한기가 느껴지는 날씨 속에도 강아지는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추위도 잊은 채 뛰어다녔습니다. 이따금 종종걸음으로 편의점을 빠르게 지나치는 낯선 행인의 발을 쫓아 놀아달라는 듯 응석을 부리는 강아지를 보고 있으니 마음 한편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당근 올린 글 "강아지 잃어버리신 분, 찾아가세요"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잠시 고민하던 중 '강아지 찾는다'는 글을 당근에서 왕왕 본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곧장 강아지 사진을 찍고 글을 올렸습니다. 강아지를 애타고 찾고 있을 보호자가 기적적으로 이 게시글을 확인하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요. 하지만 자정까지 연락이 올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제게는 과거에 강아지를 구조했다 겪은 아픈 사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의 일입니다. 가을비가 세차게 오던 저녁, 어느 날 우산을 쓰고 길가를 걷다 비에 흠뻑 젖은 채 차도 옆 인도 위를 서성이고 있던 강아지를 발견하여 인근 파출소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습니다. 파출소 내 경찰이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날 밤 제 집으로 데려 왔습니다.

다음날 강아지를 안고 동네에 있던 인근 동물 병원, 강아지숍을 모두 돌았음에도 끝내 보호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강아지는 얕은 기침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지만, 강아지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저는 단순히 "강아지가 비에 맞아 감기에 걸렸구나" 정도로 생각했고, 잘 먹고 잘 자면 그냥 나을 거란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전단지를 만들어 동네 곳곳에 붙였어야 했기에 강아지의 건강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기도 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강아지의 가족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전단지를 붙인 그다음 날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강아지 기침도 멈추지 않았기에 집에 두는 것보단 "동물 보호소에 인계하면 강아지 기침 정도는 치료해 주겠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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