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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쓰레기의 비밀, 국민 모두 위험해졌다
2025-04-16 06:47:56
변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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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앞에서 거대한 무력감을 느꼈다. 매립지와 소각장, 재활용 선별장을 도는 '쓰레기 현장 투어'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마주했다. 묻고, 태우고, 압축했지만, 더 많은 쓰레기가 계속 밀려왔다.

유엔환경계획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폐기물 발생량은 2023년 23억 톤이다. 우리가 집과 회사에서 버린 바로 그 쓰레기다. 지구 둘레를 몇십 바퀴 돌 정도의 많은 양이다. 사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분리배출하는 날, 집 앞 쓰레기장에만 나가도 많은 쓰레기를 마주할 수 있다. 우리가 내놓은 쓰레기는 수거 차량을 통해 각 지역 매립지와 소각장, 재활용 선별장으로 이송된다. 매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만 5000여 톤의 쓰레기가 땅에 묻히고, 서울 시내 5개 구에서만 600여 톤의 쓰레기가 태워진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지난 주말 세일에 못 이겨 티셔츠 한 벌을 산 게 잘못일까? 퇴근 후 피곤해서 시켜 먹은 배달 음식이 잘못일까? 그럴 것이다. 소유하고 싶은 마음과 편리를 추구하는 몸이 쓰레기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옷을 수선해 입거나 중고 거래로 바꿔 입고, 배달 용기를 깨끗이 씻어 분리 배출하거나 다회용 용기를 선택해도 쓰레기양은 쉽게 줄지 않는다. 쓰레기의 시작은 이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강남의 한 카페에서 쓰레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홍수열 소장을 만나 쓰레기 문제의 시작과 끝에 관해 이야기했다.

오늘도 '예쁜 쓰레기'를 샀다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따라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내용물보다 포장재가 더 많은 현실을 비꼬는 말이다. 반짝이고 화려한 용기에 담긴 '예쁜 쓰레기' 대표주자 화장품도 마찬가지이다. 제품보다 용기의 무게가 더 많이 나간다. 명절과 기념일이 가까워져 오면 포장은 더 심해진다. 포장재는 보통 플라스틱이나 종이로 재활용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원통형 감자칩만 해도 외면은 코팅한 종이, 내면은 폴리에틸렌, 바닥은 알루미늄, 입구는 비닐이며, 그 위에 플라스틱 뚜껑을 덮었다. 한 마디로, 일반쓰레기이다.

경영학 이론 중 '계획적 진부화'란 개념이 있다. 제품을 생산할 때 계획적으로 수명을 제한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쓸 수 없게 만들어 버리는 전략이다. 새 모델이 나올 시기에 맞춰 배터리 수명이 끝나는 스마트폰, 부모님 세대에서 수십 년 사용했지만 금방 고장 나는 요즘 가전제품, 몇 주만 지나도 보풀이 생기고 뒤처진 유행이 되어버리는 '패스트패션'은 음모론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체하려면 전문 수리업체를 찾아야 하고, 가전제품의 부품은 빠르게 단종되어 수리업체에서도 고치지 못한다. 보풀이 난 옷은 수선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훨씬 저렴하다. 수리하는 일은 새로 구매하는 일보다 훨씬 큰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자원 채굴부터 시작해 생산, 유통, 소비, 폐기, 처리라는 게 결국 연결된 물질의 흐름이에요. 서로 영향을 주거든요. 상류가 더러우면 하류는 당연히 더러울 수밖에 없어요."

많이 팔아야 하니 갖은 포장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이미 산 제품은 빠른 고장으로 또 새 제품을 구매하게 만든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의 결말은 풍요가 아닌 대량 쓰레기이다. 소비자가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한들 처음부터 쓰레기를 만들어 판다면 결코 그 양은 줄지 않을 것이다.

태초에 '쓰레기'가 있었다. 종말에도 함께할 것이다

쓰레기는 인류 역사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당연한 일이다. 먹고 싸는 일에는 쓰레기가 따라온다. 예전에는 썩어 없어져 자연으로 되돌아갔다면, 최근에는 썩지 않아 인류 역사보다 오래 남을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의 대부분 플라스틱이고, 그 양이 지층에 쌓일 만큼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학자들은 현 지질시대를 인류가 대멸종을 불러올 '인류세'로 바꿔 부르며, 지표 화석으로 플라스틱을 꼽았다. 만약 지구에 다음 생명체가 나타난다면 암모나이트 대신 플라스틱 화석을 발견할 것이다.


"가정용 플라스틱 보관 용기 '타파웨어' 아세요? 1946년에 생산돼 플라스틱 대중 소비를 알린 신호탄이에요. 플라스틱의 대량 생산이 갖춰지기 시작한 게 2차 세계대전이거든요. 전쟁 물자 공급용으로 설비를 키웠는데, 전쟁이 끝나니 쓸 데가 없는 거예요. 그걸 민간 소비로 돌린 거죠. 미국 사회에 유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어요."

플라스틱 보관 용기만이 아니다. 전쟁은 신소재를 이용해 빠르게, 많이, 싸게 생산하는 기술을 발전시켰다. 전쟁 중에는 수명이 다하기 전에 제품이 부서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내구성을 키울 필요는 없었다. 한 번 쓰고 버려도 좋을 물건이 대량으로 만들어졌다. 그러자 1950년대 미국에서 일회용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플라스틱 기업들은 재단을 꾸려 '킵 아메리카 뷰티풀(Keep America Beautiful)'이라는 비영리단체를 만들고 대대적인 환경 캠페인을 실시했다. '쓰레기를 주워서 미국을 깨끗하고 아름답게 만들자'는 목표였다. 하지만 이는 문제의 책임을 '쓰레기를 버린 개인'에게 돌려 일회용품에 대한 규제를 막는 영업 전략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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