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 후 사저로 돌아간 윤석열의 언행을 보고 '겁 먹은 개가 제 집에서는 짖는다'는 속담이 먼저 떠올랐다. 복귀 후 주민들에게 "다 이기고 돌아왔다"고 한 말이 딱 그렇다. 밖에서는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으니 집에 와서 허풍을 떠는 것이다. 그 기저에 깔린 심리는 패배자가 갖는 불안과 초조, 공포 같은 것일 게다.
지금 윤석열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지지자들이 떠나는 것이다. 그들이 없으면 내란 재판에서 최고형을 면하기 어렵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힘들다고 윤석열은 믿고 있다. 누군가를 강력히 지지하는 사람들은 '추앙'하는 존재가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힘이 빠진 권력자에게 기대고 의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쩌랴. 권력이 사라지면 곁에 있던 사람도 떠나는 게 세상의 이치다. 요즘 윤석열 주변의 풍경이 이를 일깨운다. 최근 윤석열 사저 앞에는 극렬 지지층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이 한남동 관저에서 짐을 빼던 날, 일부 지지자들이 몰려왔던 게 마지막이다. 탄핵 전 주말마다 도심을 휩쓸던 극우집회 참석 인원도 확 줄었다. 파면 후 처음 열린 지난 주말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은 확연히 기가 꺾이고 위축된 모습이었다.
윤석열 집을 찾아오는 방문객도 뚝 끊겼다. 한남동 관저에 있을 때만 해도 국민의힘 의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지만 파면 후에는 거의 찾는 사람이 없다. 위로차 방문할 법도 한 지인들도 들르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라고 한다. 냉정한 현실을 마주한 윤석열은 혼자 격노하며 분을 삭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