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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떠난 단짝, 나란히 놓인 유골함... 봄이 싫어진 두 엄마
2025-04-18 06: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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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처음, 봄을 원망했다. 따스한 햇살도 흐드러지게 핀 꽃도 싫다. "세상은 이렇게 아름다운데" 두 엄마는 서늘한 추모관에서 봄을 맞고 있다. 꽃처럼 맑은 두 딸의 미소는 이제 사진으로만 볼 수 있다. 두 엄마는 처음, 딸 없는 봄을 지나는 중이다.

고 박예원, 고 이민주의 유골함은 광주의 한 추모관에 나란히 놓여 있다. 2000년생 동갑내기 단짝은 함께 여행을, 함께 세상을 떠났다. 예원의 엄마 이효은씨, 민주의 엄마 정현경씨는 똑 부러졌던 둘째 딸을 잃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이 되고 말았다.

"봄이 되니 눈물이 더 나더라고요. 우리 민주, 꽃 피면 여기저기 놀러 갔을 텐데." - 정현경씨
"꽃을 참 좋아했어요. 집에 항상 꽃이 있었는데 예원이가 없으니까 이젠 꽃도 없어요." - 이효은씨

유족으로 사는 것도 벅찬데


지난달 25일 추모관에서 만난 두 엄마는 마냥 눈물만 흘리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한 참사가 발생했는지, 어째서 진상규명까지의 길이 이토록 먼지, 과연 책임 있는 이들이 제대로 책임을 질지 의문을 표하고 힘주어 말했다.

"버드 스트라이크, 복행, 랜딩기어 문제가 연달아 있었어요. 어렵게나마 착륙했지만 공항 내 시설물에 부딪혀 폭발했어요. 공항까지 도착했는데 179명이 죽었어요. 살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결국은... 우리가 비행기를 탈 때 죽을 것을 생각하고 타지 않잖아요. 믿음을 갖고 교통수단을 타고 움직이는 거잖아요. 그 믿음을 다 저버리게 만든 참사입니다." - 이씨

"죽을 때조차 온전히 죽지 못했어요. 저 같은 엄마들에겐 시신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죠. 너무 험하다고. 여러 상황에서 한 번만 기회를 살렸다면 최소한 그렇게 179명이 온전치 못하게 죽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예요. (제 딸보다) 훨씬 더 심하신 분들은 형태조차... 내 자식 죽은 것도 힘든데, 그런 생각까지 하면 더 힘들어요." - 정씨

유족으로 살아가는 것, 유족으로서 언론 앞에 서는 것 모두 두 엄마에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점점 잊고 있다"는 생각에 얼굴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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