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 65주년을 맞은 지난 2025년 4월 19일, 봄비가 내리는 서울 도심에 믿기 어려운 광경이 펼쳐졌다. 극우 성향의 윤석열 지지 단체인 '자유대학' 소속 인원들이 대로 한복판에 "종북 좌파 간첩 빨갱이 매국노는 다 죽이자"라는 살벌한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연 것이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행진하는 이들은 이적 세력으로 몰아붙인 대상을 향해 공공연히 살해를 선동하는 것이나 다름 없는 문구를 내보였다. 거리 한복판에서 나온 이 적나라한 표현에 주변을 지나던 충격을 금치 못했다. 민주사회에서 감히 상상하기 힘든 이 장면은, 한국 사회에서 혐오 표현과 폭력 선동이 어디까지 용인되고 있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반국가세력 모두 X질 때까지" 이런 노래까지
종북, 간첩, 빨갱이, 매국노 등의 낱말들은 한국 현대사에서 수많은 인권 탄압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데 악용되어 온 표현들이다. 독재 정권 시절부터 상대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탄압할 때 써먹던 이 말들은, 지금도 극우 집단에 의해 진보 성향 정치인이나 시민단체를 향한 낙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에 "다 죽이자"라는 끔찍한 주문이 결합돼 명백히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살의를 선동했다.
단순한 의견 표명을 넘어, 정치적 반대자들을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고 위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그 구호만 내건 게 아니었다. 집회를 마친 후에도 무리를 지어 거리를 활보하며 "반국가세력 모두 X질 때까지", "빨갱이는 대한민국에서 빨리 X져라" 같은 가사가 담긴 노래를 목청 높여 불렀다.
이들은 17일에도 자양동 양꼬치골목에서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 앞에서 이러한 노래를 부르며 행진했다. 극우 무리의 노골적인 혐오 행진에 분노한 중국인 직원이 항의하다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해당 직원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실려 갔다. 도심에서 대놓고 혐오와 폭력을 외치는 장면이 주변 시민에게까지 물리적 위협을 안기는 현실이 된 것이다.
혐오 방치가 부르는 위험한 혐오의 일상화
문제는 이러한 극단적 발언이 거리에서 아무 제지도 받지 않고 방치될 때 야기될 사회적 파장이다. 공공장소에서 극단적 혐오와 살해 선동이 반복되고도 처벌받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점차 "이런 표현도 괜찮은가 보네" 하고 여길 수 있다. 그 결과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금도가 무너져 원래라면 경악할 만한 발언에도 무감각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위험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