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골프 논란은 현 정국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단순히 골프를 쳤다는 행위가 아니라 국정을 대하는 윤 대통령의 태도와 인식, 그를 보좌하는 대통령실의 수준과 대응 등의 문제가 집약돼있다. 왜 윤석열 정부가 임기 절반 만에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 회동을 준비하려고 8년 만에 골프채를 다시 잡았다는 대통령실 설명이 나올 때부터 의아했다. '트럼프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게 될 우리 정부의 대응책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려있는데, 기껏 나온게 골프라니. 새로 짜일 트럼프정부 진용과 정책 변화, 그에 따른 우리의 통상·안보 전략 재조정 등 숙고해야 할 많은 대책 가운데 최우선 순위가 골프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트럼프 1기 때 친교 차원에서 골프를 활용한 아베 전 일본 총리 사례를 벤치마킹했다는 대목은 더욱 기가 막힌다. 당시 아베가 트럼프의 환심을 산 건 골프보다는 수십 억 달러의 대미 투자 보따리였다. 트럼프가 아무리 골프광이라해도 아베가 순금 장식을 한 골프채를 줬다고 쉽게 넘어갈 위인으로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마치 트럼프와 골프를 치면 한국에 드리운 먹구름이 사라질 것처럼 말하는 대통령실의 인식이 한심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