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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계엄 포고령 5호', 2년 전에 이미 적용했다
2024-12-26 18:12:49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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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선택된 사람들만을 보호했고, 비국민들에게 빨갱이, 불법시위자, 님비라는 딱지를 붙였다. 10월 8일 오늘 군대에 입대하라는 국가의 명령을 받은 나는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정의롭지 못한 국가폭력에 동참할 수 없다. 나는 이제부터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국민이 되겠지만, 국가로부터 배제되고 폭행당하는 사람들의 친구가 되고자 한다. 최소한 그들을 탄압하는 국가의 편에 서지 않고자 한다."

2013년 군대 징집을 거부하고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면서 한 말입니다. 군대 대신 감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80년 광주와 이라크 전쟁, 평범한 시민과 노동자에 대한 정권의 탄압.

5월의 광주는 제가 경험할 수 없는 과거였지만 학살의 기록과 사진 망월묘역은 현재가 되어 나를 붙잡았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떨어지는 폭탄과 무기는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밀양 할머니들과 용산 철거민, 쌍용자동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폭력의 현장은 전쟁이 무엇인지, 내가 어디에 서 있어야 하는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80년 광주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으로, 이라크 전쟁은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밀양과 용산 쌍차 노동자들의 투쟁은 남태령 농민들의 시위와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는 사람들


양심적 병역거부는 나의 '양심'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군인의 '양심'보다 우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나라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가겠다는 마음과 공동체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군대 대신 감옥에 가겠다는 마음은 비교의 대상이 아닙니다.

겁쟁이라는 비난도 있습니다. 사실입니다. 명령을 거부하는 게 범죄가 되는 조직에서 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내가 잘못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범죄를 저지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야말로 감옥으로 도망친 이유입니다.

계엄령에 따라 지난 3일 국회에 출동했다가 시민에게 죄송하다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난 한 군인의 마음 역시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의 어깨에는 총이 있었지만 들지 못했고, 부당한 명령을 거부하고자 하는 양심의 무게가 그의 머리를 짓눌렀을 겁니다.

어떤 항명은 범죄로 처벌받는 게 아니라 지지받고 응원받는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용기 있는 거부들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남태령 농민들은 정당한 이유 없이 앞을 가로막는 경찰들의 명령을 거부했고, 시민들은 부당한 명령에 저항하는 농민들을 고립시키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거제조선하청노동자들은 비정규직 차별에 맞서 음식을 거부했고 시민들은 그들이 외면받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전국장애인철폐연대는 장애인이 집에 있어야 한다는 세상의 편견을 거부했고 시민들은 이들이 지하철에서 쫓겨나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공무원 중에도 부당한 명령을 거부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류혁 법무부 감찰관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직후 그 부당함을 지적하며 그 자리에서 사표를 던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계엄 선포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내 의견을 분명히 밝히게 되었으니, 나 자신도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속칭 '반국가 세력'의 일원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한겨레>, 류혁, '계엄 거부하고 법무부 사직서…난 반국가세력일까')

윤석열의 포고령 5호는 화물연대에 이미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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