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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네요, 여기는 무조건 앉아서 활을 쏴야 한답니다
2025-04-05 20:00:40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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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말, 일본 교토로 짧게 여행을 다녀왔다. 시내를 돌아다니며 관광을 하던 중,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울렸다. SNS를 통해 교토에 있다는 소식을 접한 지인(국내에서 실내 국궁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다)으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와 있었다. 교토에 역사가 오래된 궁도체험장이 있으니 꼭 한번 가보라는 것.

안그래도 국궁 수련자로서 일본에 온 김에 일본의 전통활쏘기(궁도)를 체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막상 가려니 궁도장이 당최 어디에 있는지, 일반인도 이용 가능한지 아무런 정보가 없어 포기한 상태였다. 그러나 역시 활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이었던지, 생각지 못한 데서 동아줄이 내려온 것이었다.

주소를 찍어보니 마침 내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일정상으로도 여유가 있었기에, 궁도장 방문을 오후 일정에 추가했다. 그리고 영업시간이 종료되기 전 서둘러 궁도장으로 길을 잡았다.

160년 역사의 일본 궁도장 방문... '앉아 활 쏘기' 하는 이유

내가 방문한 '엔잔대궁장(園山大弓場)'은 교토 시내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었다. 야사카 신사(八坂神社)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건물이었다. 에도시대인 1862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2025년 기준으로 그 역사가 무려 160여 년에 이르는 셈이었다.


궁도장에 들어서니 일본 활들이 줄지어 세워져 있고, 딱 봐도 오래돼 보이는 낡은 현판이 상단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 아래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종이 명단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방문객들 중 활을 잘 쏴서 상위권에 들게 되면 이렇게 명부를 작성하여 걸어두고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개중에 한국인들도 있었다는 사실. 세계적 양궁 경기에서 금메달을 휩쓰는 한국인들의 활쏘기 DNA는, 어딜 가나 빛을 발하는 모양이다.


엔잔대궁장은 예약제로 운영되지만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예약 없이도 이용 가능하다. 다행히 내가 방문했을 때는 아무도 없어 바로 이용할 수 있었다. 인상 좋은 주인아주머니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본격적인 체험에 돌입했다. 이분은 곁에서 나를 촬영해주면서 계속 제 자세를 관찰하고 지도를 해주시기까지 했으니, 설명은 못 들었지만 아무래도 전문가 같았다.

체험 비용은 16발에 2700엔이다. 그러나 궁도 경험자는 1900엔으로 할인해 준다(2025년 3월 기준). 경험이 없는 초심자의 경우 지도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비록 궁도는 아니지만 나 역시 한국에서 국궁을 연마하고 있다고 하니 할인가로 활을 쏠 수 있었다.

참고로 엔잔대궁장의 체험 비용은 한국의 국궁 체험 비용과 비교하면 저렴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도 국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제법 있는 편인데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충남 아산 현충사의 경우 관람객을 대상으로 무료 활쏘기 체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황학정 국궁전시관에서 운영하는 활쏘기 체험은 유료이다(10발 기준 4000원, 추가 10발시 2000원). 활쏘아, TAC 등 개인이 운영하는 실내 국궁체험장들의 경우도 엔잔대궁장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엔잔대궁장의 신기했던 특징은, 활을 '앉아서' 쏘게끔 되어있다는 점이다. 한국 국궁장에서는 서서 활을 쏘는 게 원칙이고, 앉아서 쏘는 등의 방식은 공식적으로는 허용되지 않기에 이것 역시 신선한 경험이었다. 과녁까지의 거리는 14m로 145m에 이르는 국궁의 표준 사거리에 비하면 매우 짧다.

사실 일본 궁도도 한국 국궁처럼 기본적으로 서서 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엔잔대궁장 홈페이지 설명에 따르면, 이곳은 에도시대부터 기사(騎射: 말타며 활쏘기) 연습장으로 출발했기 때문에 서서 쏘는 입사(立射)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과거 기사 연습을 위해서, 앉아서 활을 쏘던 원칙이 그대로 남아 전해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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