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6일 진실화해위원회(이하 진화위)는 1970년~1980년대 행해진 해외입양을 '인권침해'로 규정하고 정부의 공식사과를 권고했다. 국가기관이 해외입양의 인권침해를 지적하고 정부책임을 최초로 인정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금도 '한류'와 K-POP만 전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받고 우리의 소중한 아동을 수출하고 판매하여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관련기사: 해외입양, 무엇이 문제인가? https://omn.kr/26e70).
제인 메즈달은 덴마크 입양인이다. 그는 지난 1977년 한국에서 덴마크로 해외입양 되었다. 코펜하겐 대학교에서 사회인류학 석사학위를, 룬드 대학교에서 아시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금 그는 덴마크 소비자 위원회의 선임 컨설턴트로 일하며 코펜하겐에서 딸 셋과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지난 1977년 덴마크의 "좋은 부부에게 입양되어" 덴마크 시골에서 자랐다. 그의 양부는 20여 년 전 병으로 돌아가셨지만 양모는 아직 살아 계셔서 자주 만난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한국 친부모나 가족을 찾지 못했다.
해외입양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는 이번 진화위의 결정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음은 지난 5일부터 6일까지 코펜하겐에 살고 있는 그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해외입양인으로 살면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경험은 무엇이었나?
"고립감이었다. 인종적으로 배제되어 진정한 덴마크인이 되는 것, 또는 새로운 국적을 가진 해외입양인이 얻는 모든 것과 동시에 완전한 한국인이 되는 것에서 문화적으로 배제되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내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내 출생과 관련된 정보의 부족도 해결하기 어려웠다. 막내딸은 나를 위해 나이가 들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고 한다. 내가 한국 부모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딸은 자신의 역사는 나로부터 시작되며 내 역사가 딸의 역사로 끝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는 입양이 입양인 자녀의 삶의 경험을 왜곡할 수 있는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동안 한국 입양기관이 입양인의 출생정보를 숨기고 지우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 최근 진화위는 "아동과 친부모의 권리를 침해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결론을 내린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결론이 정확히 놀랍지는 않았다. 내가 지난 2022년 입양인 옹호단체인 덴마크 한인권리단체에 가입했을 때, 나는 이미 한국 해외입양역사를 연구하고 입양인 권리활동가들의 의견을 듣고 있었다. 한국계 해외입양인은 수년 동안 한국 해외입양제도의 수많은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다. 이 문제는 수년 동안 전 세계 한인입양인 공동체에서 일상적인 주제였다.
하지만 진화위에서 공식적으로 진상규명이 발표된 날은 매우 감동적인 날이었다. 진화위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을 확인했을 수도 있지만, 동시에 우리는 한국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진실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큰 안도감과 동시에 극심한 슬픔을 느꼈다. 한국정부가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지 못함으로써 인권침해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일주일 이상 내 머릿속에서 반복되었다."
- 보고서를 읽어봤나? 보고서 내용을 어떻게 생각하나?
"아직 전체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아서 결론만 읽었다. 요즘 한국의 해외입양 관련뉴스를 접하며 잠을 못 이룬 많은 해외입양인들이 있다. 해외입양인들이 지난 몇 십년동안 끊임없이 제기한 주장이 늦게나마 한국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어 안도했다. 그래서 진화위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다른 해외입양인들과 함께 기뻐하는 동시에 우리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사실이 이제 진실로 인정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은 매우 감정적이었다. 많은 해외입양인 옹호자들은 한국 해외입양제도의 문제를 밝히기 위해 싸울 때마다 '배은망덕한 거짓말쟁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수십 년 동안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요즘 나는 그들을 많이 생각한다. 고통을 겪은 해외입양인 옹호자와 연구자들에게, 이것은 매우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시간일 것이다."
- 이 문제에 대해 한국정부가 더 해야 할 일이 있다고 생각하나? 있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진화위의 노고에 감사드리지만 해외입양인들이 신청한 367건의 모든 사건이 종결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정보가 부족해 사건이 기각될까 봐 우려된다. 여기에는 큰 아이러니가 있다. 정보가 부족한 것은 우리 권리를 침해하는 주요요인 중 하나다. 덴마크 한국입양인 권익단체가 2022년에 진화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한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우리 해외입양인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귀중한 해외입양인들의 출생정보는 우리가 결코 접근할 수 없었고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우리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입양인 각자에게 스스로 입증책임이 있다. 우리 스스로는 사건을 종결시키기 위해 접근할 수 없는 정보를 확보해야 한다. 그 자체로 또 다른 인권침해다.
나는 진화위의 권고안을 환영하고 인정한다. 그러나 나는 권고안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모든 입양인의 출생정보에 대한 완전한 접근이 필요하고, 배상과 신원회복이 필요하며, 국가와 입양기관이 전적인 책임을 져야한다. 이것은 화해를 시작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