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는 인기가 높았던 영화와 드라마의 제목이고, (2)는 한국을 대표하는 소주와 라면 상품의 이름이다. 그렇다면 (1)과 (2)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드라마 제목이든 소주 이름이든 그 글씨를 '한글 캘리그라피의 대가' 강병인(64) 작가가 썼다는 점이다. 50여 년 동안 붓을 잡아온 그는 한글서예와 디자인을 접목한 '캘리그래피'로 이름이 높은 작가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3일부터 오는 5월 1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꾀한다. 전시회를 주최한 측은 이를 "문자회화로 건너가는 첫걸음"이라고 표현했다.
천지인의 해체와 조합… 그린 것일까, 쓴 것일까?
강병인 작가가 오는 5월 17일까지 서울 남산에 위치한 'N2 ARTSPACE'에서 초대전을 열고 신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회의 제목은 '획의 변주'이고, 주제는 '획의 변주, 해체로부터'다. '변주'는 무엇이고, '해체'는 무엇일까?
강병인 작가를 초대한 N2 ARTSPACE측은 "이번 전시는 소리를 하늘과 땅, 사람으로 나누고 합하는, 이른 바 해체와 조합이라는 한글의 근원으로부터 획의 본질을 찾아나선 여정이다"라며 "하늘과 땅, 사람으로 해체되어 독립적으로 써 있는 획들은 저마다 제 모습을 찾아 글자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서예가 요구하는 서법, 일필휘지를 고집하면서도 너느새 획들은 문자회화로 건너간다, 강병인만의 시각언어, 새로운 회화 형식으로서의 문자변주를 노래한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전시 공간은 총 세 가지 변주에 따라 구성된다. 첫번째 변주는 '해체'다. 한글이 소리를 하늘과 땅과, 사람으로 나누고 합하는 것처럼 강병인 작가의 '획의 변주'가 시작되는 지점도 하늘과 땅, 사람이다. 이를 증명하듯 그의 작업실도 한글의 창제원리인 '천지인(天地人'을 반영해 공간을 나눴다고 한다. "천은 갤러리, 지는 교육·소통·작업, 인은 서재"로 쓴다는 것이다. '하늘 사람 땅'과 '자유', '자유2' 등이 첫 번째 변주에 속하는 작품들이다.
N2 ARTSPACE측은 "자신의 이전 작업에서 건너간 새로운 문자회화 형식이다"라며 "삶의 근원을 질문하며, 삶의 궁극적인 아름다움을, 기운생동을 앞세워 '그리는' 것이 아니라 '쓰고자' 했다고 작가는 강조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