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4일 국민에 의해 대통령 자리에서 내쳐진 윤석열씨의 비극은 부인 김건희씨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선거브로커 명태균씨의 폭로로도 잘 알려져있지만, 그의 정치 입문과 대통령 당선에는 상당 부분 김씨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평생 범인 잡는 일만 해온 검사 남편보다는 김씨의 정치적 감각이 더 뛰어났다는 게 세간의 평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씨는 정치적 감각뿐만 아니라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데에도 재주가 남달랐다. 대표적인 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다.
하루 전인 3일 대법원은 이 사건으로 기소된 9명 모두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김씨와 같이 주가조작을 위한 자금조달 역할(전주)을 한 손아무개씨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그러나 손씨와 유사한 일을 저지른 김씨만은 유독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사 남편을 만난 덕이 아니고는 설명이 안된다. 남편의 대통령 취임 후 김씨를 조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날로 거세지자, 검찰은 김씨가 지정한 장소에서 핸드폰을 반납하고 조사하는 시늉만 하는 '굴욕 조사'를 연출하고 수사 검사들이 국회로부터 줄줄이 탄핵당하는 수모를 자진해서 겪었다.
'요술방망이' 거부권에 야당이 통과시킨 법률 줄줄이 폐기
윤석열에게 김씨는 절대 사수해야 할 존재였고, 그런 그에게 '거부권'은 요술방망이였다. 법률 용어로 '재의요구권'이라고도 하는 이 방망이는 한번 휘두르기만 하면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사법적 단죄를 막아낼 수 있는 신묘한 무기였다.
야당은 윤석열 정권 3년째인 2024년에만 모두 4번(1월 5일, 10월 2일, 11월 26일, 12월 31일)이나 '김건희 특검법'을 단독으로 통과시켰으나 거부권의 벽에 막혀 분루를 삼켜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