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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웃게 만든 효자견... 매일 천 원 버는 개 보셨나요
2025-04-16 14:15:57
한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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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우리 강아지! 오늘도 돈 벌었네. 예쁘기도 해라!

내가 아침마다 반려견 '잡채'에게 하는 말이다. 꼬리를 살랑거리며 세상 처음 보듯 반가운 얼굴로 비비대는 강아지. 내 얼굴에 금세 함박웃음 가득하다. 강아지와 함께 즐겁고, 강아지 덕분에 행복한 이가 된 지 이미 오래다. 반려견주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것, 반려동물은 사랑과 행복 그 자체이다.

생후 2개월에 입양된 강아지가 어느새 7살이 되었다. 아직은 노견의 어려움은 없으나, 사람 나이로 치면 50대에 이르렀다고 하니 점점 늙어가는 강아지의 모습도 그려봐야 할 때다. 마냥 깜찍하고 귀엽고 발랄하던 말 그대로 영원한 강아지의 모습이면 좋을 텐데, 우리 강아지도 늙어가고 있다.

깜장콩처럼 반짝이기만 하던 코에 하얀 반점도 생기고, 산책 후 급격하게 피곤해하기도 하고, 하루 종일 누워 잠만 자기도 한다. 예전과 다르게 재롱을 부리는 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벚꽃 흩날리는 아름다운 계절에 산책을 한다. 진주빛 목련이 흐드러지고, 벚꽃송이가 꽃비를 내린다. 화사한 봄빛에 강아지 발걸음도 사뿐거린다.

꽃송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잠시 멈춰 선 나를 기다릴 줄 아는 강아지, 7년의 세월, 우리는 먼저 앞서가다가도 마음을 헤아리며 서로 교감하는 사이가 되었다. 살랑거리는 엉덩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벌써 봄이다. 따스하고 행복하다.


산책 길에 저쪽에서 마주 오던 송송이 견주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강아지 송송이는 15살, 노견으로 강아지 차를 타고 다녔는데, 오늘은 보이지 않아 물으니, 벌써 동물 병원에 입원한 지 5일이 넘었다고 한다. 강아지도 걱정이지만 입원비가 하루에 30만 원이라 너무 부담이 된다며 한숨 어린 걱정을 쏟아낸다.

이웃의 걱정이 남의 일이 아니란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우리 강아지도 곧 약과 병원에 의지할 날이 올 것이고, 엄청난 진료와 입원비를 감당해야 할 내 모습이 그려졌다. 우리 강아지와 이별하는 날, 그날의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아프고 슬퍼진다. 그 상실감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언젠가 이별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단단하게 마음의 준비, 물질적 준비, 책임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부모님을 잃고도 살아가는데, 아무리 슬픈들 이겨내야 하지 않겠는가! 펫로스증후군의 힘듦을 감히 상상할 수는 없으나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으리라.

그 전에 물질적 준비, 강아지를 책임질 경제적 능력을 지키리라. 병원비, 입원비, 사료비 등을 감당할 수 있도록 내 건강을 챙기고, 돈을 벌 수 있도록 의지를 다지리라. 강아지의 마지막을, 강아지의 견생을 응원할 수 있도록 좋은 반려견주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사실 걱정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내 마음이 변할까 봐, 돈을 아까워할까 봐, 이제는 귀엽지 않다고 귀찮아하는 마음이 생길까 두렵다. 우리 강아지가 아프기만 하고, 하루 종일 손이 많이 가고, 병원만 들락거리며 수백만 원을 쓰게 되는 그날이 와도 내 마음은 절대 변함이 없으리라는 다짐이 필요했다. 개 또한 아끼고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라는 마음을 지키는 게 가장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아지로 인해 가족들이 웃을 때마다 1000원씩을 적립하기로 했다. 지금의 이 행복을 잊지 않으며, 이 강아지로 인해 내가 얼마나 많이 웃었는지,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나의 삶이 얼마나 풍요로웠는지를 늘 기억하며, 못된 생각이 머리를 내밀지 못하도록 되새기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찾은 것이다.

"엄마, 어서 와 봐요, 지금 우리 강아지 정말 귀여워, 이 모습은 놓치지 말아야 해", 하며 카메라를 들이댈 때. "우리 강아지 웃는다 웃어, 예쁜 모습이야"라며 호들갑을 떨 때마다, "강아지 털이 정말 보드라워요, 따스해, 안는 것만으로 힐링이야",라며 웃음 지을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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