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울산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보도연맹사건 유가족 여러분! 58년 전, 국민보도연맹사건은 우리 현대사의 커다란 비극입니다. 좌우 대립의 혼란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도연맹에 가입됐고, 6.25 전쟁의 와중에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죽임을 당했습니다. (중략)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가를 대표해서 당시 국가권력이 저지른 불법행위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후략)" ☞ 전체 발언 영상 보기
대통령의 사과
2008년 1월 24일 노무현 대통령이 울산국민보도연맹 희생자 추모식에 보도연맹사건 공식 사과문을 영상으로 보내면서 말한 내용이다. 국민보도연맹원 집단학살 사건이 발발한 지 58년 만의 일이다.
대통령의 사과는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반백 년 넘게 지속된 국민보도연맹원은 남로당이라는 인식하에 '빨갱이들 죽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라는 공식이 깨진 것이다. 피해자 유족들은 그제서야 소리 내어 울 수 있었다. 1950년 한국전쟁 직후 아버지와 형, 오빠가 죽었을 때도 맘 놓고 울지 못했던 그들이다.
한국현대사의 최대 비극 한국전쟁, 그중에도 민간인학살 사건에 대해 이렇게 인식이 180도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2005년 출범한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 성과 때문이다.
6.25 발발 직후 이승만 정부는 전국의 형무소 재소자들을 집단 학살했다. 그와 동시에 국민보도연맹원들을 예비검속해 10만여 명을 학살했다. 서울과 경기도 일부 지역 보도연맹원들을 제외하고 강원도부터 제주도까지 말이다. 이는 북한군 점령 시절 북한군과 지방 좌익에 의한 학살로, 수복 후 부역혐의자에 대한 학살로 이어졌다.
소위 '톱질전쟁'이라는 한국전쟁에서 대한민국과 북한, 좌·우, 미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은 최소 수십만 명에서 최대 100만 명일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극우반공체제가 확립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빨갱이에 의한 우익인사 학살을 제외한 문제는 입도 뻥끗 못했다. 1960년 4.19 혁명 직후 유족들의 목소리가 경남·북 지역을 중심으로 잠시 일었으나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그 목소리는 역사의 수장고에 잠들었다.
2000년 들어 유족회, 시민사회단체, 역사연구자, 종교인들의 과거사법 제정 운동으로 2005년 5월 31일 과거사법의 제정과 그해 12월 1일 제1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