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에 접어든 우리는 이제 어떤 옷을 샀는지, 머리를 어떻게 바꿨는지보다 더 중요한 관심사가 생겼다. 바로, 소소한 투자다. 요즘 우리는 보험, 재테크, 셀프 인테리어 같은 이야기를 더 자주 나눈다.
보험에 있어서는 오히려 자녀 세대가 부모님보다 더 빠삭할지도 모른다. 주변 친구들 열에 아홉은 실비보험을 들었다. 하도 인터넷에서 "실비는 필수"라는 말을 봐서 영문도 모르고 가입한 지 벌써 3년째다. 나도 최근 피부과에서 레이저 시술을 받고 처음으로 실비 청구를 해봤다. 청년인 내가 실비에 가입하는 건 인터넷 다이렉트로 5분이면 끝났다.
보험과 재테크
문제는 나보다도 부모님이었다. 우리 엄마, 아빠는 보험에 가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몇몇 부모님 세대에게 보험이란, 설계사 말에 속아 비싼 금액을 납입하거나 결국 쓸모없던 기억만이 남아있었다. 해가 갈수록 부모님은 그저 '다치면 큰일 난다'는 생각만으로 생활을 조심스럽게 이어왔다.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인생은 예기치 않은 일의 연속이지 않은가.
훗날 부모님을 부양하게 될 자녀로서도 불안감이 앞섰다. 더 확실한 시스템적 보호가 필요했다. 그래서 하루를 통째로 비워 보험을 하나하나 알아봤다. 실비는 기본이고, 가장 인기 있는 암·뇌·심혈관 보험까지. 치료비 한도는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정도로. 조금만 검색해도 관련 정보는 넘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