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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의 현장에 스포츠타운? 상처에 소금 뿌리나
2024-11-21 15:33:29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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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말
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는 바다 건너 버려진 땅이었고 죄수를 보내는 유배지였다. 지금은 이익을 노려 자본이 몰려들지만 진정으로 제주를 이해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나 또한 제주 사람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 있으리라. 그런 제주인의 한과 정서를 이해하려다 제주학에 빠졌고 도민이 됐다. 키아오라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제주가 미디어와 인문학 교육의 중심이 되게 하겠다는 각오로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을 설립했다. 이 기사는 한미리스쿨이 개설한 심화언론인양성과정 2기 학생들이 주제 선정과 취재 과정에서 지도를 받아 제출한 현장기사 쓰기 과제들을 데스크 본 것 중 하나이다. 기사를 쓴 전유정은 지난달 30일 기숙학교인 한미리스쿨 심화과정에 입소했다.

굴곡진 근현대사를 품은 알뜨르비행장과 송악산


"몹쓸 바람이 부는 곳이라 모슬포가 됐다는 말이 있어요."

휘몰아치는 바람을 맞으며 한 답사 참가자가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는 "바람 때문에 '못 살겠다 못살포'라는 별명이 붙었다"고 덧붙였다. 재미있고 직관적인 발상이지만 원래 뜻은 다르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있는 모슬포는 제주도 남서부를 대표하는 항구의 이름이다. '모슬'은 모래를 의미하는 제주어 '모살'에서 유래했고, '포'는 '포구'다. 모슬포는 말 그대로 '모래가 있는 포구'라는 뜻이어서 답사 날도 모래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알뜨르 들판 동·서쪽에는 섬으로도 땅끝인 마라도와 가파도로 가는 배의 선착장이 있다.

모슬포 일대는 바람만 센 게 아니라 일본제국주의 등 외세의 강풍도 맞아야 했다. 우리 근현대사의 굴곡과 상처가 곳곳에 남아 있다. 알뜨르비행장과 섯알오름, 송악산은 일제강점기, 그리고 제주4·3과 한국전쟁 때 대량 학살의 비극을 품고 있다. 이곳에 평화대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제주도청은 최근 원래 사업 방향과는 달리 이 일대를 종합스포츠타운으로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비판이 일고 있다.

평화대공원 앞바다의 500척 중국어선단

지난 17일 송악산 평화대공원 조성 예정지 일대에서 다른제주연구소와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이 주최한 제1차 다른제주답사가 열렸다. 송악산알뜨르사람들은 송악산의 생태적 가치와 알뜨르 유적의 평화적 가치를 한데 묶어 제대로 된 평화대공원 조성의 구상과 방안을 도민들과 함께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창립한 비영리시민단체다.

송악산 주차장에서 출발해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시야가 트이자 멀리 산방산과 한라산이 보일 뿐 일망무제의 제주 들판이 펼쳐지고 화순항 앞바다에는 마침 풍랑특보가 내려져 중국 어선 500여 척의 대선단이 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중국 어선들도 화순항 안으로 피항했지만 워낙 어족자원들을 훑어가고 항구를 오염시켜 앞바다에만 닻을 내리게 한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남·서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일본과 태평양을 잇는 십자로에 자리 잡은 제주도는 예나 지금이나 외세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지정학적 운명을 타고났다. 평화대공원 예정지 일대를 둘러보면서 김정임 송악산알뜨르사람들 대표는 아침부터 몰려든 관광객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부터 토로했다.

"매일 수천 명이 송악산을 다녀가고, 풍경의 아름다움을 말하지만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는 잘 모릅니다."

"이 앞이 다 태평양이잖아요. 태평양전쟁의 중심에 있던 곳이 바로 이 대정읍 일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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