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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정국 의료대란 실마리 찾기... 의사결정 권력관계 바꾸자
2024-12-19 19:48:38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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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을 놓고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버티던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소추되어 업무가 정지되었다. 이에 지난 2월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의료대란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이미 끝났는데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2025학년도 의대증원 백지화'를 주장한다. 이 와중에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탄핵되었고 전공의와 의대생, 교수들까지 포함한 15인의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되었으나 이들도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점에서도 의협 비대위가 의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주장하는 핵심 이유는 한꺼번에 증가된 의대생 교육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들이 배출될 수밖에 없고 그러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이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련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 현재 의협 비대위원으로 이런 주장에 힘을 보탠 전공의들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투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까지 내팽개치고 나오지 않았나.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뒤로했다는 것인데, '사랑하기에 떠나신다'는 노래가 연상되지만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두고 벌어지는 말과 행동의 괴리는 당혹스럽다.

전공의가 진료 현장을 떠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깝게는 2020년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때 그랬고,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도 그랬다. 하지만 의약분업 사태 때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시설을 유지하려는 전공의 차원의 노력이 있었다. 2020년에는 이런 필수 의료시설에서도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번 사태에서는 집단적인 개인 사직이라는 형태로, 은밀하지만 더욱 노골적으로 진료 현장 이탈이 행해지고 있다.

의대생 신분은 강력한 문화적 자본


사안에 따라서 의사도 파업할 수 있다. 외국의 여러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의사의 업무는 사회구성원의 건강, 생명과 밀접하다는 점에서 파업은 정당한 이유와 올바른 의도에 기반해야 한다. 또한 파업의 중심에는 사회구성원의 건강권 확보라는 명제가 자리잡고 있어야 하고 최후 수단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파업이 환자에게 과도한 피해를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를 취하는 것이 정의로운 파업의 양보할 수 없는 기준이다. 그러므로 응급실, 수술실, 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 시설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공의를 중심으로 하는 한국의 의사들은 2020년에도 그리고 2004년에도 이 기준을 제대로 견지하지 못했다.

의료행위가 건강과 생명에 미치는 의미를 환자나 사람 중심의 관점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관점으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의사들의 지식과 기술은 권력이 된다. 보건의료 서비스의 특성상 의사의 지식과 기술은 그 자체로 일정한 권력 효과를 가지고 있지만 이조차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구현되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의대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다. 2002년까지는 상위 20개 학과 중 의예과가 절반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 자연계 상위 10개 학과는 모두 의예과였고 상위 20개 학과로 넓혀도 이 중 18개 학과가 의예과였다. 그러므로 의대생은 전국에서 가장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로서, 의대생이라는 신분 자체로 제도화된 문화적 자본을 보증하게 되었다.

의대생이라는 강력한 문화적 자본은 의사가 된 후의 높은 경제적 자본을 보증한다. 그 수준은 이미 잘 알려진 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특히 개원 전문의의 소득은 평균 노동자 임금의 6.8배에 해당한다. 이는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큰 격차다.

한국 의사들의 강력한 자본가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들의 경제적 이익의 원천은 전문적 지식과 기술에 기반한 '의료행위'였다. 의사들은 자신들이 수행하는 의료행위의 경제적 가치를 잘 알고 있고 그 행위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방법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시장화된 의료체계, 행위별 수가제 중심의 진료비 지불제도, 비급여 창출의 넓은 공간 등은 의사들의 경제적 자본 축적의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예전 의사들은 적어도 자신들 행위의 의미와 가치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도덕적 차원에서 넘어서는 안 될 선(線)에 대한 숙고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의 전공의를 비롯한 젊은 의사들은 생과 사의 갈림길에 있는 환자들을 외면한 채 병원을 나올 수 있는 집단 또는 개인이 되었다. 바야흐로 새로운 의사들이 출현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존재 자체에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새로운 의사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을 시민사회와 분리함으로써 '추앙'받길 원한다. 이런 경향은 전공의들의 7대 요구, 의대생들의 8대 요구에서도 드러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부의 사과'를 요구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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