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헌법수호'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는 정당한 대통령의 통치 행위다'
'계엄군이 점령했던 과천 선관위 조작 선거 내용 밝혀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처음 맞는 주말,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에 내걸린 대형 현수막들이다. 전광훈 목사 등 극우 세력들이 끌어 모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21일 오후 광화문 광장 일부와 동화면세점부터 덕수궁 방면 세종대로 10차로를 가득 메웠다.
참석자들은 대부분 70대 이상으로 보였다. 군중들 위로 '육군 3사 구국동지회', '대한민국 ROTC 자유통일연대', '해병대 호국 특명단',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비상계엄 헌법수호' 등과 같이 주로 군과 관련된 깃발들이 나부꼈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이재명 구속", "문재인 구속", "민주당 해체"였다. 주최 측에서 다량 배포한 손 피켓에는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문구가 적혀있었다.
극우 집회는 '부정 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고 있었다. 전광훈 목사가 "야당 192명 중 절반은 부정 선거로 뽑힌 가짜 국회의원"이라고 말하자 참석자들은 두 손을 들고 만세를 불렀다. 집회 현장에는 '계엄군이 점령했던 과천 선관위 조작 선거 내용 밝혀라!', '선관위 해체'라는 펼침막이 걸렸다. '4.10 부정선거 수사하라!'고 적힌 부스에서는 연서명을 받고 있었다. 광화문 사거리 쪽 주 무대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는 부정 선거 관련 영상이 흘러나왔다. 참가자들은 "선관위 척결해야 메리크리스마스, 부활이 답이다, 윤석열은 부활한다"로 개사한 캐럴을 불렀다.
부정 선거 음모론을 앞장서 퍼뜨려온 전광훈 목사가 주축이 된 자유통일당 당깃발도 다수 보였다.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은 1호선 시청역 개찰구까지 내려와 노인들에게 다가가 입당원서를 내밀고 다달이 몇 만원 한다는 당비를 요구하고 있었다. 집회 행렬 곳곳에서도 '헌금'이라고 적힌 명찰을 달고 다니는 인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을 대신해 언론에 나와 "내란이 아닌 소란"이라고 강변한 석동현 변호사 역시 지난 총선 때 자유통일당 비례대표 후보로 나왔다.
2017년 초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의 태극기 부대처럼 이날 집회 참가자들 손에도 태극기는 물론 성조기가 많이 들려있었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badly misjudged)"(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라고 선을 긋고, 예정됐던 로이드 오스틴 국방 장관의 방한마저 보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