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대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대전시민 촛불집회에서 청년들에게 사과한다며 한 교수가 큰절을 해 눈길을 끌었다. 이를 지켜보던 청년들과 시민들은 "괜찮아, 괜찮아"를 외치며 눈물을 훔쳤다.
21일 오후 윤석열정권퇴진대전운동본부는 대전 서구 둔산동 은하수네거리에서 제17차 '윤석열 구속 파면 국민의힘 해체 사회대개혁 대전시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민대회에는 지난주 윤석열 탄핵안 가결을 촉구하며 모였던 시민 숫자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눈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구속'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 구속하라", "헌법재판소는 윤석열을 신속하게 파면하라",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거부권행사 웬 말이냐 한덕수는 물러가라"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민대회에서는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대학 교수의 큰절이 눈길을 끌었다.
박철웅(목원대 연극영화영상학과) 민주평등사회를위한 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 공동의장은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지난주 금요일 집회 때 한 청년의 발언에 답을 하기 위해서다"라고 운을 뗐다.
당시 그 청년은 "민주화운동 세대가 최루탄과 폭력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고생한 덕에 지금 우리들은 이렇게 신나는 노래와 응원봉으로 즐길 수 있다. 이에 감사한다"는 말을 했다는 것.
"저희는 욕 먹어야 되는 세대, 하마터면 자유마저 잃어버릴게 할 뻔"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말한 박 교수는 "저희는 욕을 먹어야 되는 세대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서, 역대 최악의 실업난에 시달리게 한 것도 모자라서 하마터면 자유마저 잃어버리게 할 뻔했다.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며 큰절을 했다.
갑작스러운 박 교수의 큰절에, 그의 말을 듣고 있던 시민들은 "괜찮아, 괜찮아"를 외쳤다. 박 교수의 진심 어린 사죄에 일부 시민들은 눈물을 닦아내기도 했다.
박 교수는 계속해서 "솔직히 고백하면 대학 다닐 때 민주주의를 위해서 집회와 시위에 열심히 참여했지만, 졸업하고 곧바로 산업화 세대의 선배들이 닦아 놓은 풍요로운 경제 토대 위에서 취업도 잘하고 교수도 되어서 지금까지 안정적인 삶을 누려왔다"라며 "한편으로는 학생 운동을 했다는 우쭐함 속에서 정체하고 아랫세대들을 가르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한편으로는 좋은 집과 좋은 차와 내 새끼 좋은 학교 보내겠다는 목표로 삶에 많은 시간을 보내왔다"며 "윤석열이 대통령이 되어서 역사, 환경, 노동, 경제,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 전까지는 전 이곳 은하수네거리에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정말 부끄럽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그런 저를 은하수네거리로 오게 만든 건 윤석열이지만, 저를 진정으로 깨닫게 만든 것은 여러분 청년 세대, 미래 세대들"이라면서 "여러분들의 또랑또랑하고 논리정연한 말들이 제 가슴을 흔들었고, 여러분들의 힘찬 노래와 응원봉이 저를 하여금 '다시 만난 세계'를 경험하게 했다"라고 감사의 마을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