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이주노동자 한 분이 진료실로 들어왔다. 태국에서 온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이주노동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면 의사소통 문제가 가장 먼저 신경이 쓰이는데 이분은 다행히 태국어를 할 줄 아는 한국인과 같이 오셨다. 전날 퇴근할 때쯤 가슴이 조이는 듯한 통증이 생겼는데 지금까지 계속 아프다고 했다.
표정도 많이 안 좋아 보였다. 급성심근경색이 의심돼 몇 가지 검사를 먼저 해봤는데 아니나 다를까, 심전도에서 급성심근경색 의심 소견이 보였다. 당장 심장혈관 시술이 가능한 큰 병원으로 진료 의뢰를 해야 하는데 이 분은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라서 수백수천만 원의 병원비가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법인 사무국장에게 현재 공감센터에서 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협약의료기관 중에 전원 가능한 병원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
법인 사무국장이 인근에 있는 협약의료기관에 수소문한 결과 안산 D병원에서 치료가 가능할 것 같다고 연락을 받았다. 다행히 환자가 거동이 가능한 상태라서 그 병원으로 바로 가라고 했고 한두 시간 뒤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연락을 받았다. 이분은 우리 병원을 너무 늦지 않게 잘 찾아오셔서 더 나빠지기 전에 건강도 회복하고 진료비도 지원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