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봄비가 지나가고 새로운 생명이 고개를 들던 지난 6일 아침, 경기 화성시 송산면 독지리의 유기농 포도 농장 '스튜디오 흙'에서 특별한 입학식이 열렸다. 화성, 수원, 성남 등 각지에서 모인 11가족, 느린학습자 청소년과 부모들이 중고등 느린학습자 주말마을학교에 참여하기 위해 농장을 찾았다.
주말마을학교의 이름은 바로 '흙을 찾아서 나를 찾아서'다. 흙을 만나고, 밥을 짓고, 씨를 뿌리는 과정에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농촌 체험을 넘어, 느린학습자 청소년들이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는 배움의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입학식 사회는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중학교 3학년 선배 농부가 맡았다.
"우리에게 햇빛을 모아주고 맛있는 양식을 제공해 주는 농작물과 물과 나무, 지렁이와 별, 미생물들을 생각하며 눈을 감고 감사하겠습니다. 감사!"
본격적인 입학식에 앞서 '생명의례'가 진행됐다. 청소년 농부들은 자연과 생명에 감사함을 전하며 농부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뎠다.
'스튜디오 흙'을 운영하는 이상배 농부와 느린학습자 농부들의 인연은 지난 2023년, 일회성 귀촌 체험 프로그램에서 시작됐다. 이후 아이들이 자연에서 뛰놀며 배우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에 힘입어, 작년부터 매달 정기적으로 열리는 주말 프로그램으로 발전했다.
이상배 농부는 이날도 신입생 농부들을 따뜻하게 맞으며, 수업 전 알려줘야 할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지식은 목마를 때 물 마시고, 숨 쉬는 거예요. 그걸 알려준 사람은 누구죠? 나예요. 제일 중요한 선생님도 나고요."